빵빵거리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짧은 발걸음 심장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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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사람도 바쁘면 아무 데로나 건너기 일쑤다. 그런데 한갓 미물인 새가 횡단보도로 건너고 있었다. 한치의 두려움도 없이 당당한 모습이라 이쪽에서 자연스레 진행을 멈춰야 했다. 쳐다보고 있다가 그 모습을 카메라 담았었다.
우연히 '횡단보도'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니 한자로 橫斷步道라고 쓰며 '사람이 가로로 건너 다닐 수 있도록 안전표지나 도로 표지를 설치하여 차도 위에 마련한 길'이라고 쓰여있다. 차보다는 사람을 위한 길이라는 의미겠지만 새가 건너고 있는 모습과 함께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며칠 전 저녁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고 계셔 비상등을 켜고 멈췄다. 초록불은 아니었다. 뒤이어 오던 차들이 무슨 일이냐는 듯 시끄러웠다.
잠시 멈춰있는 사이 그 시간을 못 기다리고 빵빵거리는 조급함은 미물의 입장에서도 우습지 않을까.
디카시.글: 정사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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