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된 시스템 공천
  • 손경호기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된 시스템 공천
  • 손경호기자
  • 승인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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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은 공관위원장과 제가 직접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공관위원 구성 안건을 의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는 내용이다.

공천관리위원회에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회의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윤심’ 개입 의혹이 일자 해명을 한 발언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장 비대위와 공관위는 들러리냐는 반응이 나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페이스북에 “국힘 공관위원에 윤핵관 중의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 포함된 것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은 내가 한다’라는 발언”이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비대위는 왜 존재하고 공관위는 공천 들러리용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도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을 한다고 얘기하면 큰일 난다”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당헌·당규 위반임을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규정> 제6조(직무상의 독립)는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은 당헌과 당규에 따라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위원장이 직접 공천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당규 위반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직접 공천 발언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공관위 구성부터 당대표의 입김이 작용하는 정치권의 특성상 당대표가 공천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헤프닝성 발언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17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지역 출마를 소개한 것을 보면, “공천은 제가 직접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서울시민들께서 통쾌하게 더불어민주당 대신 우리 국민의힘을 선택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럴만한 일꾼들을 우리 서울의 동료시민들께 자랑스럽게 제시할 겁니다”라며 민주당 정청래 의원 대결 상대로 비상대책위원인 김경율 회계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이러면 진짜 해볼 만하지 않겠나?”라며 “우리는 ‘진짜가 나타났다’는 통쾌함으로 서울 전역에서 이렇게 승부해서 반드시 이길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성동 현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행사 중간에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하루 전인 16일 1차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1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후보 모집 공고를 하고, 1월29일부터 2월 3일까지 6일간 공천 신청을 접수 받기로 결정했다. 후보 모집 공고도 나오지 않았고, 공천 신청 접수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상대로 특정인을 소개한 것이다. 향후 공천이 공정성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한동훈 위원장이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김경률 비대위원의 험지 출마 선언을 격려하자 일각에서는 낙하산 공천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 공천은 시스템에 의해 공정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비이락’이라고 했다. 행사장에서 특정인을 콕 찍어 소개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낙하산 공천’, ‘자객 공천’ 논란은 자업자득이다. 당협위원장이 불만으로 자리를 떠난 것만 봐도 단순 격려자리가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결국 국민의힘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됐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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