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유발자’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된다
  • 손경호기자
‘갈등유발자’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된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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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조직도 사람이 많으면 별의별 사고가 발생해 자주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여권인 국민의힘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준석 당대표를 윤리위원회에서 쫓아내고, 김기현 당대표도 쫓겨나다시피 대표직을 사퇴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표직 유지 대신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는데, 김 대표가 반대로 총선 출마로 방향을 잡고 대표직을 던졌다는 설이 돌았다. 어쨌든 당 대표 두 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비명횡사(非命橫死)했다.

김 대표를 옹립하는 과정에서도 시끄러웠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나경원, 안철수 두 사람을 집단 린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를 막기 위해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해 집단으로 공격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김기현 대표 체제를 비판하는 선배 의원들을 향해 ‘내부총질’, ‘자살 특공대’, ‘엑스맨’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매섭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 초선 의원들은 ‘정풍운동’(整風運動)이 아닌 당내 반대세력을 숙청하는 행동대장으로 나서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세운 당대표도 9개월여 만에 자진하차했다. 관리형 당대표라고 할 수 있는 김기현 대표 사퇴 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당대표 자리(비대위원장)를 꿰찬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권의 경우 4월 총선 공천은 윤심(尹心)으로 모든 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김경율 비대위원 변수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180도로 변했다.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관련 사과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추진 방식도 역시나 기존 방식의 재연이었다. 우선 언론에 대통령의 의중을 흘리고, 대통령 친위부대들이 앞장서 사퇴 분위기로 몰아가는 방식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축출 방식도 먼저 이용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자 일부 의원이 동조하는 글을 올리며 바람잡이로 나섰다.

하지만 이 방식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이 공천권을 쥔 실세 당대표이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 때문이다. 당장 공천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입장에서는 한 위원장 눈 밖에 나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위원장이 언론에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를 흘리면서 대통령실이 코너에 몰리게 됐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원조 윤핵관인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윤·한 갈등에 대해 “소통하는 과정에 조금씩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잘 봉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인재영입위원장의 언급처럼 소통 과정의 오해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통령 뜻하나 제대로 전달 못 해 분란을 일으킨 인사는 당연히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소통 과정의 오해가 아닌 사실로 인식될 뿐이다.

또한, 의원 단톡방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를 이간질한 의원에 대해서도 당내 징계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 언론사의 5.18 기사 특별판을 동료 의원들에게 전달한 인천광역시의회 의장을 윤리위에서 징계를 추진하려고 했다. 자진 탈당으로 인해 당 윤리위는 열리지 않았지만, 이 사건과 비교해 보면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사이를 이간질하는 언론 기사를 동료의원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린 사건도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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