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격파한 클린스만호는 한국 축구사에 의미 있는 승리를 기록했다. 4전 5기 끝에 아시안컵 본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펼쳐진 승부차기에서 4PSO2로 이겼다.

천신만고 끝에 중동의 강호 사우디를 꺾은 한국은 오는 2월3일 오전 0시30분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8강전을 치른다.

외신의 표현대로 드라마틱한 승리였고, 한국에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이후 파상 공세를 펼치고도 사우디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다가 후반 54분 조규성이 설영우의 도움을 받아 헤더 동점골을 넣었다. 기세를 높인 한국은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했고, 조현우 골키퍼가 상대 슈팅 두 개를 막아내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극적인 승리만큼이나 값진 결과물이다. 한국은 예선 탈락한 1992년 대회를 제외하고 1988년 대회부터 출전한 9번의 아시안컵에서 모두 8강 무대를 밟았다.

여기에 아시안컵 본선에서 사우디를 처음으로 이겼다. 무려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따낸 승리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컵에서 사우디를 만날 때마다 웃지 못했다.

1984년 대회 조별리그에서 펼쳐진 사우디와 대결에서는 이태호의 선제골을 앞세워 1-0으로 앞서다 후반 45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다. 1988년 대회 결승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고개를 숙였다. 1960년 대회 이후 정상과 거리가 멀었던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에 가장 근접한 대회였지만, 사우디에 발목이 잡혔다.

이후 2000년 대회 4강에선 사우디에 1-2로 져 결승 진출이 무산됐고, 2007년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후반 32분 수비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줘 1-1로 비겼다.

이 때문에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와 만나게 돼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는데, 태극전사들은 매서운 뒷심을 발휘해 그 징크스를 통쾌하게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