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시 한국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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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시 한국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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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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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노란 단풍이 갈색 낙엽되어 지는 올해 11월이면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다. 현재로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에서는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미국 언론의 각종 여론 조사를 살펴보면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7~10% 높다.

전 세계적으로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히는 경제문제에서 미국 국민은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가장 큰 약점은 81세라는 고령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든은 미국에서 사용 금지한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까지 활용하면서 젊은 층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지만, 오차범위 밖으로 멀어진 지지율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전문가들 또한 바이든과 트럼프의 양자대결에서 트럼프가 백악관 권좌를 다시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종 사법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크게 앞서자 이에 고양된 트럼프가 폴댄서 전 수석보좌관을 주축으로 한 참모진이 작성 중인 9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대선 공약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2,000만 달러가 넘게 투입된 이 보고서는 미국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을 비롯해 수십 개의 연구소가 참여했다. 사실상 공약집이나 다름없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기정사실로 한 이 보고서에서 1기 집권 때의 불화와 혼란을 반면교사 삼아 2기 집권 때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 우방국들을 언급한 대목에서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왠지 심술궂고 충동적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이다. 대학 시절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50년 가까이 사업가로 잔뼈가 굵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철저히 계산적이며 손해 볼 짓은 하지 않는다. 이는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군비를 동맹국들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하며, 세계제패를 꿈꾸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는 한국 주도로 해야 한다고 콕 집어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전쟁을 치렀지만 실익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미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동맹국을 지원할 것이며, 동맹국일지라도 이념과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이 보고서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트럼프 집권 당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일삼으며 전랑외교와 약탈적인 경제정책으로 세계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과 극심하게 대립했다. 미국은 군사, 정치, 경제 등 다방면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일본, 호주는 화답했지만, 오직 우리나라만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트럼프는 한국을 신뢰하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은 언어적 수사로만 동맹을 강조할 뿐, 동맹으로서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얕은꾀를 쓰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얍삽한 동맹이라는 인식이 박힌 것 같다.

경제분야에서도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란 슬로건을 내걸었던 트럼프는 2기 집권 시에도 미국의 경제성장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편적 관세, 상호무역법 등의 관세 정책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 하나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및 캐나다산 자동차·자동차 부품을 지목한 만큼 한국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도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붕괴, 외국자본의 철수를 필두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국경제는 증시마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경제를 압박한다면 중국으로선 이보다 더한 악몽이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트럼프가 방위비 문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를 압박하며 ‘자신의 국가를 지키기 위한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라는 발언을 해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이 발언 하나만으로도 트럼프가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제 10여 개월 남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것임을 전제로 우리 정부의 면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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