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전쟁 상처 치유할 ‘덧셈의 정치’
  • 모용복국장
공천전쟁 상처 치유할 ‘덧셈의 정치’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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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포항지역 공천 모두 완료
두 곳중 1곳 현 국회의원 탈락
지역 정치권에 지각 변동 예고
공천 경쟁 과열·혼탁양상 초래
비방·폭로전, 고소·고발 잇따라
시민 통합에 걸림돌 작용 우려
정치가 통합보다 분열 조장 땐
지역발전 저해 요인으로 작용
포용·통합의 정치 리더십 기대

‘총성 없는 전쟁’

포항지역에서 펼쳐진 국민의힘 공천 전운(戰雲)을 나타내는 데 어울리는 표현이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보수 텃밭에 등판할 선수들이 가려졌다. 국민의힘 포항북 선거구에서는 재선의 김정재 의원이 경선에서 윤종진 예비후보를 어렵사리 누르고 공천을 획득했다. 남·울릉 선거구에선 김병욱 의원과 이상휘 예비후보가 결선투표까지 가는 혈투 끝에 이 예비후보가 현역 의원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포항지역 두 곳 중 1곳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탈락함으로써 지역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양궁을 두고 흔히 본선보다 예선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태극전사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올림픽 경기까지 우리 선수들의 독무대다. 그렇지만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그보다 몇 갑절 험난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수많은 선수들을 꺾어야만 당당히 국가대표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보다 국내 선발전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이번 22대 총선 국민의힘 포항지역 공천경쟁은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방불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은 60여 년 세월 동안 야당에 한 번도 금배지를 허용하지 않은 보수 텃밭 중의 텃밭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깃발만 꽂으면 곧 당선이요, 과메기도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우스갯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로 인해 예비후보들은 총선 본선보다 먼저 공천권을 거머쥐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포항남·울릉 선거구에서 대구·경북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예비후보 9명이 공천을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공약을 쏟아냈다. 선의의 공약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지역발전에 도움 되는 공약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공천경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김없이 과열·혼탁선거가 고개를 들었다. 경쟁 후보의 케케묵은 과거 행적과 불명확한 의혹까지 들추어내 비방전을 벌이고 고소·고발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후보 간 합종연횡도 되살아났다. 당초 네 명이 경선열차에 탑승했지만 지지율이 열세인 후보들 간 경선을 통한 단일화로 경선구도가 3파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후보 간 단일화는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선거에서 이합집산은 다반사이지만 정치적 소신이나 공감대 없이 단지 승리를 위한 일회성 도구로 남용되면 정치가 혼탁하고 민심이 왜곡될 소지가 있다. 이는 과거 우리 정치의 흑역사가 잘 보여준다.

포항북 선거구는 비록 후보 간 합종연횡은 없었지만 현 국회의원을 둘러싸고 비방과 폭로가 극에 달했다. 한 때 측근이었던 시·도 의원들이 현역 의원에 대해 예비후보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촉구하고, 당협에 몸담았던 당직자는 후원금 쪼개기 모금 의혹 등을 비롯한 각종 문제를 폭로했다.

지방 정치인들의 충성경쟁과 줄서기 구태도 반복됐다. 전·현직 시·도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양 갈래로 갈라져 특정 후보 지지선언이 잇따르면서 소위 ‘패거리 정치’를 떠올리게 했다. 이는 총선 이후 갈라진 민심을 다시 합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이 아직 완전히 봉합도 되기 전에 또다시 민심이 양분됨으로써 향후 포항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치는 개인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해 사회통합을 이뤄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정치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면 그 폐해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나 다를 바 없다. 어쩌면 지금 포항지역 정치 현주소도 오십보백보가 아닐까 싶다.

현실이 이와 같다면 이번 총선에서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촌각을 다투어 분열된 민심을 추스려 한 데 모으는 것이 제1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던, 나아가 비난의 화살을 날린 사람마저 끌어안는다면 ‘총성 없는 공천전쟁’으로 상처만 남은 포항 정치권에도 새로운 희망의 빛이 비출 것이다. 시민들은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지닌 정치인이 나와 ‘덧셈의 정치’를 펼쳐주길 바라고 있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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