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울리는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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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울리는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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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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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과녁은 맞힐 수 없는 것처럼 뚜렷하지 않은 목표는 이룰 수 없다. 그러니 흐리멍덩한 목표가 아닌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성공적인 결과를 이룬 사람은 이미 이룬 것처럼 마음속에 결과를 또렷하게 그렸다”라는 그 말에 나는 10년 후 성공한 내 모습을 상정했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지. 건강한 몸은 행복의 사랑방이고 병든 몸은 고통의 감옥이니까. 10년 후일지라도 나는 여전히 활력이 넘치고 건강할 거야. 그리고 그땐 경제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울 거야. 지금보다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있겠지. 로망이었던 멋진 자동차를 타고 이곳저곳 여행하며 낭만적인 삶을 살게 될 거야. 인격적으로도 더 성숙해지겠지. 온화하면서도 기품과 위엄을 가진 사람이 되어 주변의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살게 될 거야”

10년 후의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사람은 그 누구일지라도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를 기대한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희망적인 미래의 무수한 시나리오를 먹고 살아간다. 생각은 삶의 소금이고 꿈은 인생의 사탕이라 하지 않던가. 살아갈수록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미래라면 인간은 오래전에 절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설정한 지 몇 년쯤 지났을까? “사는 게 왜 이리 답답하고 재미가 없을까. 딱히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달라지는 것도, 변하는 것도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일 뿐, 몸도 마음도 자꾸 무기력해져만 간다. 이렇게 살아도 기다리기만 하면 소망하는 미래가 펼쳐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파에 기댄 채 명상에 잠겨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 와중에 꿈을 꾸었다. 그런데 꿈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매우 생생했다. 꿈속에서 뿌연 안개를 헤치고 누군가가 내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가까이 다가온 얼굴을 쳐다보니 그는 바로 10년 후에 내가 되고자 했던 풍요롭고 건강한 미래의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왠지 매우 슬퍼 보였다. 애잔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가 입술을 떼었다.

“너 그렇게 살아서 지금의 내게 이르지 못해.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나 말투, 의식 수준, 생활습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지금의 나와 어울리지 않아. 내가 되고 싶으면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과 행위가 따라야 해. 그래야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넌 영원히 나를 만나지 못해. 너를 사랑해. 넌 과거의 나니까! 나는 네가 내게로 달려와 내 손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네가 내게로 오는 순간 눈물을 쏟으며 온 마음을 다해 널 꼭 안으며 말해줄 거야.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했다며…. 수고 많았다고….”

그는 잠시 먼 하늘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마구 흘려보내선 안 돼. 너를 유의미하게 생산해야 해. 나를 한 없이 기다리게 하지 마. 나를 외롭게 버려두지 마. 부디 내게로 와줘. 건강해지고 싶댔지. 그러려면 건강해지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해. 지금의 나태하고 무절제한 삶으로는 미래의 건강한 내가 될 수 없어. 그리고 제발 틈만 나면 드러눕지 마. 방안에 오래 누워 있으면 병실에 눕게 되고 곧이어 산속 무덤 속에 영원히 눕게 돼.”

그는 답답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온화하면서도 기품과 위엄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지! 사람이 변한다는 건 그리는 것을 닮아간다는 거야. 오래전에 꿈과 함께 허물어져 내렸던 가치와 관념을 다시 세워 다잡아야 해. 그리고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여겨야 해. 사람이 아무리 의지력을 발동해도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어. 너 자신을 스스로 좋은 사람으로 여겨야 그런 사람에 걸맞은 말을 하고, 걸맞은 행위를 하게 돼. 저 멀리서 너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릴게. 부디 다가와 지금까지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나도 한번 꼭 안아줘. 그리하여 현실과 이상으로 분리되었던 너와 내가 비로소 하나 되길 바래. 안녕!”

꿈에서 깨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5분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해준 말을 되뇌었다.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달려가 하얀 종이 위에 또박또박 그 말을 적어 내려갔다. 적으면서 보았다. 10년 후에 되고자 했던 미래의 나와 너무나 상반된 현재의 내 모습을….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르고 조그만 일에도 짜증 내며 불평하는 나, 무슨 일이든지 조바심만 내다가 쉽게 체념하는 나,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면서도 하루하루는 무의미하게 살고 있는 어리석은 내가 선명하게 보였다.

적으면서 깨달았다. 성공적인 미래로 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요인은 외부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모두 내게 있었다. 풍요롭고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의 나를 꿈꾸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주의와 집중을 하지 않았고, 절제와 변화에 따르는 일시적인 불편함을 감내하지도 않았다. 막연히 기대만 했을 뿐, 꿈에 걸맞는 합당한 노력과 행위는 하지 않고 투덜대기만 하는 미욱하고 나태한 현재의 내가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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