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성자
  • 김희동기자
청국장 성자
  • 김희동기자
  • 승인 2024.0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맹선



나는 나를 비워 그릇이 된다

참새떼처럼 오가는 공사판 인부들의

허기진 하소연 듣고 비우는 귀로 살아왔다

쓴소리, 굽은 소리, 푸념 소리 모두 받아 흘려보낸 시간

손들이 쓰린 속을 달래주는 한 끼의 위안이고 싶다

바닥을 보이는 빈 그릇으로만

허기진 속을 달려주는 위로이고 싶다

피곤과 시름의 시간을 달려주는 둥근 신앙이고 싶다

청국장 냄새 배인 빈 그릇으로 나는 씻기고 닦인다


삼십 년 땀 냄새가 이제는 허름해져 간다

나는 나를 온전히 내어주고

빈 그릇으로 충만해진다

술김에 누군가는 나를 비움의 성자라 부르지만

나는 한 끼의 거지

누군가의 아린 속을 풀어주기 위해

바닥까지 국물을 퍼주고 아무것도 없는 거지

아무것도 없는 충만한 성자

 

 

 

 

 

 

 

 

 

 

 

 

 

 

김맹선 시인.
김맹선 시인.

2015 『신문예』 오늘문학상

2017 방송대학교 수용미학문학상

2019 안정복문학상

2022 등대문학상

2024 뉴스N제주 신춘문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