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기념 디카시 당선소감과 심사평
  • 김희동기자
창간 20주년 기념 디카시 당선소감과 심사평
  • 김희동기자
  • 승인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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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디카시 공모전 수상 결과'

<당선소감>

디카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담다
 

신명옥 씨
디카시 공모전 대상 수상자 '신명옥' 씨.
 

봄이 오는 길목에 창문 너머로 들리는 빗소리를 벗 삼아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은 주부로서의 만끽할 수 있는 오롯한 여유가 아닐까. 겨울의 기세가 꺾이긴 했으나 봄을 질투하는 시샘 추위로 나목(裸木)들이 떨고 있던 날 집 근처 창조경제센터를 찾았다.

봄비는 그쳤지만, 나뭇가지마다 머금은 물기가 그대로 남아 겨울을 견뎌내며 힘들었던 설움을 토해내는 듯 아픔이 느껴졌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꽃눈에 맺힌 눈물방울은 봄을 맞이하려는 자연의 고통이 아련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진통이 느껴졌다. 산모의 진통처럼….

두 아들 혼례를 치르고 나니 그들이 떠난 둥지는 한적했고 주부의 임무를 다했지만, 한편으로 메말라가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때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던 ‘사진찍기’가 떠 올랐다.

지인의 안내로 사진에 입문하여 카메라를 들고 배움의 길을 걸어온 지 3년, 주로 주말을 통해 무거운 카메라 부속품을 들고 동행해 준 남편과 함께 명소를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광경을 사진으로 담아와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사진만으로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욕심 같은 것이 남아 있었는데 그때 친구가 사진과 어울리는 새로운 문학장르 ‘디카시’를 소개해 주었고, 그 친구를 따라 고산도서관에서 손은주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매월 2~3회 모여 디카시를 공부하고 있는 ‘소심시향(笑心詩香) 동아리를 찾은 것이 디카시와의 첫 인연이다.

지금은 ‘디카시! 나를 물 들이다’라는 주제로 매주 수요일 손은주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공부하고 있다. 부족한 능력이 인정받아 기쁨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더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대하고 주옥같은 시어(詩語)들과 친해지라는 격려로 여기며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준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 전한다.


'경북도민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디카시 공모전' 심사평

제1회 경북도민일보 창간 20주년 디카시 공모전의 응모작은 100편 정도 접수되었다. 디카시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지역이라는 점과 공모기간이 짧았다는 점, 대상이 대구·경북에 한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과이다. 이는 디카시라는 새로운 문학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디지털 시대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확신하며 전국단위의 행사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심사는 응모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 작품들을 가려 디카시의 개념을 숙지하고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예심과 본심을 거쳐 20여 편을 고른 뒤 몇 차례의 정독과 토론을 통해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10편을 선정하였다.

최우수상 「아침풍경-2」는 웅장하게 펼쳐진 영상미와 사진 속에 선 인물이 풍경을 읽어주는 듯한 언술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디카시의 매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수상 「휴식의 휴식」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과 ‘휴식이 휴식한다’는 언술에서 오는 문학적 신선함이 매력적이었던 작품이며 푸른 잔디에서 주는 희망적인 느낌 또한 좋았다. 「할머니 바다」는 영상이 아주 뛰어난 작품으로 시적인 언술이긴 하나 사진에서 말하고 있는 부분은 조금 뺏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며, 「눈치꽃」은 즉석에서 느낀 그대로를 받아 적은 듯한 감성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작품으로 제목에서 주는 시적 재미까지 담아냈다.

대상작 「진통」은 순간포착의 영상에 5행 이내의 시적 언술로 디카시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이다. 함께 제출한 「새벽하늘」 또한 사진과 언술에서 부족함이 없었지만 새 눈을 잉태한 가지 끝에 떨어질 듯 매달린 물방울을 발견하고 순간포착한 시인의 시선과 하자 없이 말끔한 구성이 좋았으며 창간 20주년을 맞은 신문사의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작품으로 대상으로 낙점한다.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디카시에 관심을 가지고 응모하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 : 오정순(수필가), 정사월(시인)

<심사위원 약력>

오정순(吳禎順): 수필가, 1993년 계간 <현대수필> 등단,

수필집 『그림자가 긴 편지』, 『신촌시장의 통나무 의자』, 『엄마가 웃었다』 등

디카시집 『무죄』 수필문학대상, 구름카페문학상, 석파문학대상,

청하문학대상, 제4회 국제 한글디카시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다.

 

 

 

 


정사월 시인.
정사월 시인.

정사월: 시인. 2011년 <<자유문학>>신인상 등단

디카시집 『하늘카페』, 2022년<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

제8회 디카시공모전 수상, 디카시 마니아 카페 운영자,

부산디카시협회 부회장, 경북도민일보 <정사월의 디카시>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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