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알고도 무시하는 것일까?
  • 손경호기자
공직선거법, 알고도 무시하는 것일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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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을 모르는 것일까? 알고도 무시하는 것일까?

「공직선거법」 91조(확성장치와 자동차 등의 사용제한) 1항은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장소 또는 대담ㆍ토론회장에서 연설ㆍ대담ㆍ토론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기간 전 확성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금지되어 있다. 4월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9일까지다. 이 규정으로 인해 여야 대표들은 보통 대중 앞에서 육성으로 발언을 한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나 현장기자회견 등 지지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때도 조심해야 한다. 특정인의 당선 관련 발언 등을 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성장치 사용 금지 조항은 2004년 3월 12일 개정됐기 때문에 이미 20년이나 된 규정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1일 윤재옥 원내대표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이크를 사용해 지지 발언을 한 혐의로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에 의해 고발당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야외 기자회견’ 형식으로 마이크를 사용하는 ‘꼼수 선거 유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24번 서승만 후보를 옆에 세워두고 “24번까지 당선시켜야지요”라고 말한 것이 공직선거법 88조(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총선 후보자인 이 대표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법적으로 엄연히 다른 정당의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유사선거사무소도 선거때마다 불거지는 시비거리 가운데 하나다. 이번 총선에서도 경북 안동지역에서 유사선거사무소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 외에 후보자를 위해 유사기관을 설립·설치하거나 기존의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이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사 선거사무소를 운영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선자가 지난 2017년 당시 대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공식 선거사무소 외에 별도의 유사 선거사무실을 선거구 밖에 차린 전남도교육감 후보자도 최근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A씨는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 유사 선거사무실을 꾸리고 전화 홍보원들을 고용, 선거운동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법이 규제 중심으로 복잡하게 되어 있다보니 처음 출마하는 후보는 물론 여러 번 선거를 치른 후보들조차 정확한 규정을 숙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기호 4번을 받으려던 국민의미래는 하마터면 원하는 기호를 받지 못할 뻔 했다. 국회의원 8명을 받아들여 기호 4번을 받는 줄 알고 느긋하게 있다가 지역구 5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국민의힘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5명을 빌려오는 일까지 있었다.

선거용 피켓 등도 ‘표지물’ 규정도 복잡하다. 예비후보나 후보가 이름과 기호를 적은 표지물을 입거나 두르는 게 가능하다. 신체 일부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표지물을 활용해 자신을 홍보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잠시 쉬기 위해 피켓이 몸에서 떨어지게 되면 선거법 상으로 불법이 된다.

선거법은 국회가 만든 법이다. 즉 거대정당들이 통과시켜 만든 법을 자신들이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다.

나아가 과연 이런 선거법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명무실한 불필요한 규제라면 폐지하는 게 옳다. 복잡한 선거법 규정을 뜯어고쳐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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