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했던 기억, 그 순수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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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했던 기억, 그 순수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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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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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이 보이나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60~70년대 `아름다웠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가치는 일부러 들춰내고 조명하는 그 무엇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주 개봉작 `서울이 보이냐’와 추천비디오 `아이스케키’는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되 어른들까지 끌어안은 이 영화들은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즐겁게 볼 만하다.   /남현정기자 nhj@
 
 
     
 
 
   신도분교 어린이들의 `서울 수학여행’ 에피소드
   선생님 사랑·친구간 우정 담은 무공해 가족영화

 
 
 `서울이 보이냐’는 `가족의 달’ 5월에 제격인 착하고 순수한 영화다. 험악한 `18금’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는 드물게 순수함으로만 승부를 던진다.
 초등학교 교사인 길수(이창훈)은 방학 기간 담임 반 아이들과 신도로 수학여행을 가려고 하지만 철저한 학업계획을 세워놓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신도는 길수의 고향. 혼자 신도를 향해 출발한 그는 과거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한다.
 1976년, 전교생 12명인 신도분교의 학생 길수(유승호)는 엄마가 돈을 벌러 서울로 떠난 뒤 술주정뱅이 아빠로부터 동생 영미(김유정)를 보호하며 살고 있다. 길수가 마을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선생님 은영(오수아)이다.
 은영은 신도분교에서 몇 년째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처녀 교사다. 아이들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던 은영은 서울의 한 과자공장에 견학을 신청하고 이를 수락하는 편지를 받는다. 이 소식을 들은 길수는 여행과는 별도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뜬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학부모들은 여행에 반대하지만 은영과 아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허락한다. 마침내 서울로 떠난 아이들은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며칠 밤을 묶은 뒤 숙소 근처에서 은영과 떨어져 놀던 길수와 영미는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영화 장면 장면에는 `아름다웠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겨 있다. 숲과 갯벌을 뛰어다니는 섬 마을 아이들, 읍내 장에서 울려퍼지는 `아이스께~끼’ 소리, 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작은 간이역이 따뜻한 색채로 화면에 담겼다. 심지어 통금 시간을 알리는 사이렌도, 가출 소년들을 데려다 잡일을 시키는 못된 어른도 `그땐 그랬지’식의 추억으로 넘어간다.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의 공교육에 대한 향수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학생들을 제 자식처럼 아끼는 헌신적인 교사와 그런 선생님을 엄마처럼 따르는 귀여운 제자들의 모습이 꼼꼼하게 묘사된다.
 영화는 이창훈이 교사로 출연하는 현재 학교의 장면들을 통해 과거만 못한 현실에 대한 한탄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성실한 감정 묘사와 교육적인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함께 보러 가기에는 더 없이 좋은 영화다.
 다만 그동안 TV 가족 드라마로 많이 접해온 시대극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스크린에서만 찾을 수 있는 흥미를 원하는 성인 관객에게는 밋밋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집으로’ `마음이’의 스타 유승호에게는 마지막 소년 영화로 남을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는 이 영화에서도 훌쩍 자란 키로 청년 티를 제법 낸다.  전체 관람가.
 
 


 
 
      추천비디오  `아이스케키’
 
 
   “케키 팔아 아부지 만나러 갈거야”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1969년. 전라남도 여수에는 10살짜리 박치기대장 영래가 살고 있었다.
 일명 `바가지 머리’의 헤어스타일에 까맣게 그을린 깡마른 몸집의 영래는 밀수화장품 방문판매원 엄마와 근근이 살아가지만 밝고 명랑한 성격이다.
 방학날까지도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담임 선생님에게 핀잔 들을 때만 잠시 주눅이 들 뿐, “아빠가 없다”는 아이들의 놀림에는 별반 동요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가 서울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래는 애써 눌러왔던 아빠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서울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서울행 기차 삯을 벌기 위해 엄마 몰래 아이스케키 장사에 나선다.
 가족 영화에도 무게를 싣겠다고 선언한 `제작명가’ MK픽쳐스가 2005년 `안녕, 형아’에 이어 2006년 선보인 `아이스케키’. `안녕, 형아’보다 진일보한 솜씨를 과시했다.
 무엇보다 `안녕, 형아’가 소아암이라는 소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무겁고 처졌다면 `아이스케키’는 그에 비해 대단히 경쾌하고 밝다.
 그렇다고 대책 없는 낙관주의도 아닌 것이 1969년대의 가난한 시대상과 아빠의 부재에 따른 상실감이 극의 출발점이다. 시대극이 줄 수 있는 향수와 재미에 보편적인 가족애를 섞은 영화는 남녀노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괜찮은 가족영화다.
 지긋지긋한 가난은 고아들을 양산하고, 길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은 땅에 떨어진 달걀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사카린으로 조악하게 만든 위생 불량의 막대 아이스크림, `아이스케키’도 아무나 사 먹을 수 없다.
 자기 몸집만 한 크기의 아이스케키 통을 들고 거리로 나선 영래는 정작 아이스케키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여기에 경찰의 눈을 피해 밀수화장품 장사를 하는 영래 엄마와 `빨갱이의 자식’으로 낙인 찍혀 숨 죽인 채 살아야 하는 인백 남매의 모습은 21세기를 사는 아이들에게는 SF영화를 보는 듯한 별천지의 풍경이다.
 신예 여인광 감독은 이러한 풍광에 `톰 소여의 모험’과 같은 스릴 넘치는 소년적 감수성을 귀엽게 삽입했고, 아이들을 영락없이 꼼짝 못하게 하는 부모의 부재에 대한 슬픔을 그 상투성에도 불구하고 경직되지 않게 담아냈다. 덕분에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대단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안녕, 형아’로 뉴몬트리올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1995년생의 박지빈이 `천재 아역배우’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고, 데뷔 17년 만에 영화에 데뷔한 신애라도 무리없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전체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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