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기세는 대단했다. 그 기세좋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결과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일괄 사표를 냈고, 내각이 사의를 표명했으니 사실상 촛불시위에 백기투항한 격이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다 옳은건 아니다. 소설가 이문열 씨가 표현했듯 “끔찍한 디지털 표퓰리즘의 승리”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하나.
촛불시위로 이명박 정부가 너무 무기력해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라는 급조된 세력은 “20일까지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으면 정권퇴진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사실상의 재협상 효과를 얻기 위해 미국을 달래느라 안간힘이다. 미국은 고자세다. 재협상에 준한 양보를 얻어내려면 다른 분야에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촛불시위와 미국 사이에 끼어 진퇴양난이다.
성난 민심을 달래자니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을 풀고, 공기업 민영화도 접는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세금으로 더 걷힌 돈을 서민들에게 20여만 원씩 환급한다는 급조된 선심정책도 쏟아졌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식의 포퓰리즘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미국 쇠고기로 인한 촛불시위의 대가로는 너무 많은 것을 치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 쇠고기와 공기업 민영화가 어떻게 같은 차원에서 다뤄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게 모두 MB 정부가 무기력해진 탓이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인사와 관련해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을 피하고 재산도 10억 원 이하의 인사를 발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그렇다. 그냥 “국민의 도덕수준에 부응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능력 있는데 `고소영’이라 배제하면 이 또한 불균형 인사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이 비난하는 것은 `돈만 많고 무능한’ 인물이다. 부동산 투기에 이중 국적에, 탈세에 병역기피의혹은 안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MB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걱정이다. 촛불시위는 분명 쇠고기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과정에서 전교조, 민노총 등이 끼어들어 공교육 자율화와 공기업 민영화 등을 저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 의도에 MB 정부가 굴복하려 하고 있다. 그건 역사에 두번 죄를 짓는 일이다. 촛불시위를 자초한 것도 모자라 무능하고 무기력한 정부를 자임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쇠고기는 쇠고기다. 영을 세우고 나라의 기강을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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