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까지 매주 울면서 대본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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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까지 매주 울면서 대본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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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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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김이영 작가, 77회 대장정을 되돌아보다
 
 “2월까지 매주 울면서 대본을 썼어요. 이번 주에는 또 무엇을 써야하는가로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또 연장 방송을 예상하지 못해 정조의 등극 이후를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지난해 9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TV 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ㆍ김근홍)’이 16일 77회를 끝으로 10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끝낸다.
 조선 정조 시대를 다룬 이 드라마는 `대장금’, `허준’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의 드라마답게 방영 내내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14.0% (TNS미디어 코리아)의 시청률로 출발한 후 2월에는 시청률 35%를 돌파하는 등 높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덕분에 애초 60회로 예정된 드라마는 77회로 연장됐다. 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인물과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시청률이 다소 정체됐고, 정조 등극 이후 부분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다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까지 대본 작업에 매달린 작가 김이영(34·사진) 씨의 설명을 통해 `이산’이 남긴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시청자가 궁금하게 여길 만한 부분을 살펴본다. 김씨는 매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집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77회를 탈고한 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최근 발리로 여행을 다녀 온 그를 전화로 만났다.
 ◇신선한 이야기 구조
 `이산’은 초반부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이산(이서진)이 끝없이 닥치는 난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겨낼 때마다 시청자는 통쾌한 기분을 느꼈고 이산은 임금 자리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드라마는 왕을 다룬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군신 간의 정치투쟁이나 후궁들의 암투 등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대신 왕의 개인적 철학과 인간관계를 강조했으며, 왕 주위 인물의 활약을 비중 있게 그렸다.
 “이병훈 감독님의 기존 드라마는 주인공이 극 전체를 이끌고 갔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야기를 주변 다른 인물들에게 나눠줬지요. 이 때문에 `이산은 주인공 중심의 드라마가 아니다’라는 말도 들었지만 사실 제작진은 이런 방법을 통해 임금 이야기를 다룬 사극의 약점을 보완하려 했습니다.”
 일부 시청자는 정조와 성송연(한지민 분)의 멜로라인이 부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원래 `이산’은 멜로가 주가 되는 드라마가 아니었고 멜로 위주로 드라마를 끌고 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멜로 부분은 숙제를 하듯이 해결해 나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산이 만든 새로운 스타들-홍국영, 정순왕후, 영조 그리고 정조 등
 드라마는 극 초반부터 개성 강한 여러 인물들을 배출했다. 홍국영(한상진 분)은 뛰어난 지략과 호쾌한 성격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정순왕후(김여진 분)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악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정후겸(조연우 분), 화완옹주(성현아 분) 등도 악한 연기로 주목받았고, 성송연은 정조의 마음을 사로잡는 애틋한 연기를 펼쳤다.
 김 작가는 “극 초반에는 인물의 캐릭터보다 스토리를 잡는데 치중했는데 한상진씨 등 연기자들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며 “다만 홍국영의 경우 조금 더 멋있게 악인의 길을 가는 것으로 그리려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이순재가 맡은 영조는 극 중반까지 드라마의 든든한 기둥이 됐고, `다모’로 사극에 입문한 이서진도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이순재 선생님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영조 역을 소화해주셨어요. 대사의 흐름과 미묘한 감정까지 잘 연기해주셔서 작가로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서진 씨는 정조의 샤프한 이미지와 굉장히 잘 맞아 떨어졌어요.
 캐릭터가 약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제가 대본에서 정조를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물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정조 등극과 연장 그 이후
 드라마는 전개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연장 방송 결정이었다. 60부로 끝나려던 드라마에 17회가 더해지는 바람에 이야기 구조에 큰 변동이 생겼다. 세손 이산이 45회에 왕으로 등극한 만큼 정조 재위 기간의 이야기가 대폭 추가됐다.
 “정조 치세 부분을 많이 다룰 생각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조 등극 이후의 이야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 줄 몰랐지요. 등극까지만 초점을 맞췄을 뿐 사실 등극 이후에 대한 준비는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연장이 결정돼 준비가 미흡한 점이 아쉬웠죠.”
 이 때문인지 가파르게 치솟던 시청률은 3월부터 답보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주인공이 주어진 미션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방식에도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듯했다.
 ”새로운 시청자들이 중반 이후 이야기를 따라오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치 이야기가 깔려있는데다 인물 관계도 복잡했지요. 시청률을 더 올리려면 역사를 더 왜곡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의 시청률에 매우 크게 만족하고 있어요.“
 ◇고증의 어려움
 여기에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는 문제까지 겹쳤다. 이에 대해서는 이병훈 PD도 “정순왕후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거나 정순왕후가 의금부에 투옥된 부분 등은 고증을 어긴 것”이라며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해 고증을 무시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우리 드라마는 사극이기 때문에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에 갇혀 발상이 제한되는 부분도 있다”며 “고증에 최선을 다했지만 홍국영의 퇴장 시기 등에서는 인물 관계 구도상 어쩔 수 없는부분이 있어서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작가는 차기작으로 현대극을 쓴다면 가볍고 발랄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다.
 “이병훈 감독님과 다음 작품을 함께 할 수도 있어요. 그 이후 현대극 작업을 한다면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쓰고 싶습니다. 저는 드라마에서는반듯하고 근엄한 인물보다는 `이상한 사람’들을 좋아하거든요.”(웃음)
 MBC TV `우리집’, `내 사랑 팥쥐’, SBS TV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등을 쓴 김 작가가 메인 작가로 사극 전체를 집필하기는 이번 `이산’이 처음이다. MBC TV ’허준`에서는 최완규 작가를 도와 극중 멜로라인 등을 손보기도 했으며 현재 최 작가가 대주주로 있는 외주제작사 에이스토리(대표 이상백)에 소속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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