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들어 지역 주민들의 여가 활용은 여러모로 발전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등산·낚시에서부터 대중화 과정을 밟아가는 골프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갖가지다. 레저 스포츠의 대열엔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까지도 그 참여폭이 넓어지고 있다. 주민건강 향상과 스포츠 인구 확대를 위해 적극 권장할 현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그 기반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예산을 쏟아붓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인근 야산의 산책로와 등산로 정비, 동네 쌈지공원, 하천 둔치의 자전거도로와 갖가지 체육시설들이 그 노력의 산물이다. 포항시가 형산강 둔치에 마련한 인라인 스케이트장도 이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인라인 스케이트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고 그위 연배 사이에도 인기도가 높아가고 있어 자치단체의 관심과 배려의 필요성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포항시가 형산강 둔치에 2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은 반응이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시설이 3년도 안 돼 탈이 나고 있다는 것이다.120m×45m 크기의 인라인 스케이트장 바닥이 갈라져 위험을 느낄 정도라고 보도됐다. 몇 차례 보수공사를 하느라 건립 비용의 절반 가까운 예산이 더 들어갔다. 한마디로 예산낭비 사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하자보수기간 3년의 관행까지도 줄여 약정한 것도 잘못이란 지적이다. 연약한 지반층에 대한 대책도 미흡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10년은 너끈히 쓸 수 있는 시설이 고작 3년 만에 탈이 난 것이다. 예방할 수 있는 문제를 소홀히 해 화만 키웠다는 소리일 뿐이다.
일이 벌어지자 관계자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시공사와 감리자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 또한 해명에 침이 마를 지경이다. 한두 번 있은 일도 아니다. 부실시공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하도 많이 봐와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이다.
규모가 작은 공사라 해서 대충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 작은 공사가 제대로 안 되는데 큰 공사가 아무 탈 없이 잘될 리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장마철이다. 올 여름은 비가 많이 올 것 같다는 예보도 나와있는 판이다. 비 피해가 예년보다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비는 제대로 되어 있는가.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점검은 마쳤는가. 또다른 인라인 스케이트장 사례가 거듭되지 않도록 할 시정(市政)자세를 촉구한다. 언제까지 묵은 껍질 안에서 안주할 것인가. 원칙이 바로 선 행정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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