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까지 들고 일어나게 만든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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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까지 들고 일어나게 만든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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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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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이름을 붙인 가톨릭 사제단은 그렇다 치자. 진보-좌파적 노선은 그들의 오랜 친구다. 그러나 불교계는 극히 일부 급진세력을 빼면 `호국불교’를 내세운다. 사소한 정치적 논쟁보다 국가라는 거대한 담론에 익숙한 종교다. 또 본디 자비롭다. 그런 불교계가 들고 일어났다면 이건 문제가 다르다.
 촛불광란이 꺼지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침묵해온 불교계가 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국법회’에 대거 참여한다고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처럼 시시콜콜 정치 사회문제에 간섭해온 시민단체형 불교계 조직만 참석하는 게 아니다. 조계사와 봉은사·도선사 등 서울시내 대형 사찰과 김천 직지사, 영천 은해사, 합천 해인사, 하동 쌍계사, 의성 고운사 등 본-말사까지 대거 참여한다.
 이들은 `시국법회’를 표방하고 정부의 촛불집회 강경 진압을 규탄할 계획이긴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들고 나와 공개 비난의 장으로 시국 법회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교회 장로인 이 대통령의 기독교 편애와 불교 폄하를 못 참겠다는 것이다. 
 불교계가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부단하게 불교계를 자극해온 사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시국법회 추진위’ 공동추진위원장인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을 `사탄’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청와대에서 `정부 복음화’ 운운하는 소리가 나와서는 결코 안 됩니다”라고 청와대를 비난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고, 청와대 모비서관이 촛불시위대를 `사탄의 집단’운운한 망발을 비난한 것이다.
 불교계 자극은 오래됐다. 서울시장 재직 시 `서울시 봉헌 발언’에서부터, 최근 국토해양부가 만든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정보시스템 `알고가’에서 사찰 정보가 모두 빠진 사실, 경찰청 경목실이 주관한 `전국 경찰 복음화 금식 대성회’ 포스터에 유명 목사와 어청수 경찰청장 상반신이 큼직하게 실린 것 등이 불교계를 자극했음을 숨길 수 없다.
 대통령은 종교를 가질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건 개인의 범주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특정종교 신자라고 그 종교만 편애한다면 다른 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시국이 어수선할 때 특정종교로부터 배척받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종교적 균형감각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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