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물꼬가 터진 가운데 전국에서 기르는 한우·육우가 급증해 눈길을 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244만8000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면 12.3%나 늘어났다. 사육 농가 또한 19만 가구로 1.1% 늘었다. 경북 지역만 따로 떼어서 보면 4만1000 가구에서 49만1000마리를 기르고 있다. 지난 연말 보다 2만5000마리 가까이 많아진 숫자다.
경북 한우는 전국의 5분의1에 가깝다. 글자 그대로 한우의 본고장이랄 만한 규모다. 따라서 평상시만 생각하면 기르는 소가 몇 만 마리 늘어난 것은 자연스럽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질 못하니 탈이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소값이 뚝 떨어져 농민들이 내다팔기를 꺼렸고, 광우병 논란 탓에 쇠고기 소비가 신통치 않은 가운데 송아지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소값만 보더라도 한우 600㎏짜리가 지난 연말보다 116만원이나 뚝 떨어졌다. 그러니 사료값이 치솟는 가운데서도 내다 팔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적정 사육두수를 넘겨가며 울며 겨자먹기로 소를 길러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값싼 미국산 쇠고기는 착착 기반을 국내 판매망을 넓혀가고 있다. 포항에도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들어와 있다. 경북과 대구지역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한 양상이다. 그저 맛보기 정도랄 만큼 들어온 물량도 적거니와 이마저도 아직은 구매가 활발치 못하다. 원산지 표시제 실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미국산 쇠고기가 활발하게 팔려나갈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도내 한우·육우 사육 농가가 이처럼 곤경에 빠져있는 반면에 돼지 사육 농가는 형편이 아주 좋아지고 있다. 100㎏짜리 산지 값이 지난 연말보다 10만6000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삼겹살이 `금겹살’로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돼지뿐만 아니라 닭도 이제는 실지를 되찾아 가고 있다. 지난 4월 느닷없이 번지기 시작해 한 달 만에 전국을 휩쓸었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소멸되면서 여름철 보양식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상대로라면 돼지와 닭은 상당기간 한우의 자리를 대체할 공산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한우 고기값에는 거품이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우는 수렁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우 농가의 침식당한 기반을 다지려면 비상한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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