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이의 세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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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이의 세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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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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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나 국면을 급속 냉각시키는 수단으로는 `모욕’을 따를 게 없을성 싶다. 평생 원수끼리는 서로 모욕주기룰 밥 먹듯 한다. 트로츠키와 스탈린이 그랬다고 한다. 회의 석상에서 스탈린이 발언을 하면 트로츠키는 신문을 펴들고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철저한  무시로 모욕의 약발을 극대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세치 혀가 상대에게 주는 모독은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험악한 따따부따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국어사전은 이를 “딱딱한 말로 시비하는 모양”이라고 풀이한다. 하기야 흑백, 곡직, 시비를 가리면서 부드럽고 따듯한 말씨가 나올리는 없겠다. 붓으로 따따부따해도 열통이 터지는데 코앞에서 삿대질을 해가며 따따부따를 걸어오면 시쳇말로 “뚜껑 열리는”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한해에 몇번씩 따따부따로 장이 서는 곳이 국회다. 국회란 본래가 따따부따가 활발할수록 존재가치가 확실해 지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엉뚱하게 벌어질 경우다. 지난 21일 국회본회의장이 그랬다. 민주당 소속 최영희 의원이 `독도 포기설’을 들먹이며 `부품소재 일본기업 전용공단의 포항유치’로 얼개를 짠 발언을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독도를 팔아서 포항에 일본 부품공장 전용공단을 유치하는 것이냐는 말로 들리기 십상인 발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포항출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포항이 왜? 포항 아냐. 나도 모르는데.” 이런 일이 있으면 전에도 그랬듯 이날 본회의장 또한 어수선해졌다. 회의뒤에도 민주당은 `만사형통(萬事兄通)’이 어쩌구 하면서 또 한번 어깃장을  놨다. 이 전 부의장은 “모욕이고 망발”이라고 되받았다.
 최 의원의 사려깊지 못한 한마디는 경북도민과 포항시민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고 말았다. 관할인 독도를 팔아 일본기업을 끌어들인다니 별수없이 `매국노’가 돼버리는 게 아닌가. 자다말고 봉창 뜯은 맹문이의 세치혀가 되레 불쌍해진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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