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다’란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비자(visa)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스파이들을 방지하기 위해 발달되었다. 전후에는 국가안보 및 노동 문제, 이민 제한 등의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미국은 비자 받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가다. `돈 없으면 비자 못 받는다’`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엄두도 못 낸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미국 비자 취득 비법을 소개하는 관련서들도 쏟아지고 있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쇠줄 같은 심사 기준이지만 자국의 국가 경제적 이익과 관련될 경우에는 고무줄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 과학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페이퍼 클럽’작전이다. 미국 합동정보국은 국익을 위해서는, 독일 과학자들의 나치당 가담 전력에 개의치 않았다.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나치 당원과 나치당 활동에 열성을 보인 자는 모두 제외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합동정보국은 독일 과학자들의 신상 서류를 허위로 작성, 비자를 발급했다. 당시 일부 반대 여론에 대해 웨브 국장은 “이들이 독일에 남는다면 무시무시한 공산주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력히 항변했다. 독일 과학자들의 노하우는 훗날 미국 우주 탐사의 발판이 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된 한국인의 비자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가입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에 따른 것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무비자 여행길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자본의 원활한 이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미국이, 사람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비자 면제의 새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실천적 사회학자 네그리는 “다국적 자본의 거침없는 이동에 맞서 세계의 시민과 노동자들을 자율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 방법으로 국가 간 통행을 보장하는 `세계시민증’을 통용시키자는 이색적인 주장을 냈다. 이번 미국의 조치를 네그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金鎬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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