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있는 기업’에 맡기는 게 민영화
  • 경북도민일보
`주인있는 기업’에 맡기는 게 민영화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8.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공기업의 매각 방식을 분석해 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특정의 지배주주가 생길 수 있도록 정부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대한통운, 대한항공, 대한석유공사, 한국이동통신이 그 예이다. 둘째, 정부지분은 매각하지만 특정의 지배주주가 생기지 않도록 매각하는 방법으로 국민주 방식이나 1인당 소유한도를 제한하여 경쟁입찰을 하게 하는 방법이다. 포항종합제철, 국민은행, 한국통신 등이 예이다. 셋째, 정부지분을 일부만 매각하여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유효한 경영권 행사를 하는 방법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가 그 예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공기업 운영의 효율성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민간기업에 의해서도 제공될 수 있다면 민간기업 형태가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민간기업 형태가 더 효율적인 이유는 이윤추구라는 조직의 목표가 있고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서라면 분명하게 지배주주가 생길 수 있는 방식으로 매각을 해야 한다.
 문제는 지배주주가 생기도록 매각을 하면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특혜를 주었다는 비난을 받을 정치적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둘째와 셋째 방법인데 각기 단점이 있다.
 우선 둘째 방법으로 매각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기존 고위 간부들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그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지만 회사 내부의 지배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약점이 있기 때문에 정부도 제한적이지만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고 그 만큼 민영화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셋째 방법은 사실상 이름뿐인 민영화이고 실제는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에 일반 국민이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한 유효한 지배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민영화의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력의 부당한 집중은 우리나라 경제와 정치의 큰 짐이다. 그렇게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에 의하지 않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기업을 인수하게 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주 방식이 대안은 아니다. 우선 국민주 방식은 “중하위 계층의 재산 형성”이라는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재산형성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중하위 계층은 자산을 장기간 묶어둘 형편이 아니다. 또 그 액수가 작아서 국민주 7주로 재산형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더욱이 장기보유를 해야 한다면 그 기간 동안 주식의 변동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실제 국민주를 배정받은 국민 중에 상당수는 분실로 인해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영화 대상 기업과 유효하게 경쟁하는 기업이 있다면 지배권이 있는 최소 규모의 주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주인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정리절차나 워크아웃에 있던 대기업들이 경쟁방식으로 매각되었지만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소리는 크지 않다. 지배권 있는 주식 외의 주식은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대상에 매각하여 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도 있고 일반 입찰을 통하여 매각하여 일반 투자자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민영화 대상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이 없다면 기업의 분할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독점 기업을 인수하는 기회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산을 미리 매각하여 유휴자산을 인수하는 효과를 최소화 하여야 한다.
 지배주주가 생길 수 있는 매각방식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차선책으로는 지배권이 형성되지 않게 공모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주식을 매각하면 결국은 기업 내부의 고위 임원들 간에 지배그룹이 형성되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이런 유형의 지배구조가 낯설다. 그러나 기업이 신주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주식의 분산은 필연적이고 그 때에는 분명한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그 때에는 기업 내부의 지배그룹에 의한 경영권행사가 불가피하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그러하다. 내부 지배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는 결국 시장과 법치주의에 맡기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