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사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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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사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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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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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농민들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농어촌이 텅텅 비게 될 가능성은 절대로 없는가. 만약 농촌에 농민이 사그리 사라지는 날이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설마 누천년 살아온 삶의 터전에 사람의 그림자가 두부 자르듯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야 하랴 싶다가도 문득문득 이런 의문에 휩싸일 경우가 종종 있다. 70년 대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황량해져오고 있는 우리 농어촌 실상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호미곶자(子)는 어리석게도 이 의문에 부닥쳤다.
 미래 예측능력과 상상력이 빈약한 둔자로서 생각하는 바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우선 농어업 기반은 재빨리 허물어져 불과 수년 만에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경치가 좋아서 휴양시설로 재미를 볼만한 일부 근교를 제외하고는 모든 농어촌 마을은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의 사막으로 변할 것이다. 부모형제, 일가친척이 사라지고 산물조차 없어진 불모의 농어촌 마을에 도시민들은 더 이상 찾아갈 이유도 없다. 도시는 더욱 조밀해지며, 복작거릴 것이다.
 주곡을 비롯한 모든 먹을거리는 국제곡물시장에서 수입해 와야 할 것이며, 그 가격은 곧장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치솟기만 하고, 우리는 달라는 대로 주고 사서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쭙잖은 식량 안보논리가 아니라 내나라 내 땅에서 먹을거리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그 길밖에 달리 도리가 있겠는가.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농림어업총조사 결과를 보면서 `농어촌 마을과 주민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하는 호미곶자의 우문(愚問)이 다시금 솟는다. 농가인구는 지난 80년 이후 25년여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80년 1083만 명으로 전체의 28.9%였지만 2005년에는 343만 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3%로 줄었다는 것이다. 또 이 추세라면 2020년에 가면 4.7%인 234만 명으로 줄 것이란 예측이다. 사정이 이러니 다시 한번 농업의 실종을 걱정해 보게 되는 것이다. `농민이 잘 살아야 임금님도 부자’라는 옛말도 있는데 그저 공장만 잘 돌고, 수출만 잘하면 국가가 번영하고 국민이 만사 오케이, 행복할 수 있는 건지, 글쎄 좁은 소견으로는 잘 모르겠다./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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