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농기구와 서양 농기구를 그림으로 본다. 서양 것이 확실히 철제품(鐵製品)이 많아 보인다. 대신 우리 것엔 소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기구들이 눈에 띈다. 걸채, 써레, 길마, 거지게 이런 것들이다. 동력 농기계로 첫 선을 보인 것이 1960년대의 농기계다. 경운기는 그 무렵 돈 벌어들이는 일꾼이었다. 이 집 저 집 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같은 동력 농기계였다. 1980년대 농가소득을 높여준 `기계 일꾼’이었다. 지금이야 이런 농기계들이 많이 보급돼 있지만 초기엔 황소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였다. 동력 농기계들이 흔해지자 도리깨, 훑이, 족답식 탈곡기 같은 것들은 이젠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농기계가 되고 말았다. 마치 검정고무신이 골동품 대접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어보인다.
농협이 농기계은행 사업을 다음달부터 벌인다고 한다. 2012년까지 기금 1조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이 농기계를 구입해 농민들에게 싼 값에 빌려주는 게 사업 내용이다. 아예 농기계로 농사를 대신 지어주기도 한다. 고령농이나 영세농을 위해서다. 내년말까지 농가의 중고 농기계를 사들이기로 했다. 대략 2만8000대쯤 된다고 한다.농민들이 농기계가 고장나도 고칠 생각을 않고 세워두는 까닭을 알만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농수산물의 직거래 통로를 확대한다는 게 농립수산식품부의 계획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경로를 하나라도 줄여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모두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중간에 업자가 많이 늘어서니 물가가 비싸질 것은 어린아이들도 아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한때 유행하던 노랫말이 생각난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이명박 정부는 상식에 바탕을 둔 정책들이 활짝 꽃피우는 시대를 열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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