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읽을 수 있는 요소는 농수산물 수출에서도 발견된다. 올해 8월 말 현재 수출액 1억933만여 달러는 지난해의 갑절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수산물이 7416만여 달러를 차지한다. 수출 또한 호조라는 반증이다. 이는 농가와 당국이 힘을 합쳐 일궈 낸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 같은 외형상의 성과를 먹칠하는 현상이 현실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경북 지역 농축산물 절도가 전국을 통틀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전국 3393건 가운데 경북이 805건이다. 농축산물 절도사건의 23.7%가 경북에서 일어났다는 게 경찰청의 국감자료 내용이다. 절도 규모도 이젠 완전히 전문털이 수준이다. 복숭아, 인삼을 몇 백상자 씩 털어갈 때는 대형차량의 동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농사 지어 고스란히 도둑 좋은 일만 시킨 셈이다. 피해 농민의 낙담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그러잖아도 가을걷이철이 되면 농산물 도둑들의 기승은 해마다 되풀이 돼오는 터다. 기동력까지 갖춘 차떼기 도둑들은 농산물 뿐만 아니라 가축까지 훔쳐 실어가 버린다.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절도 사범은 더욱 늘어나고만 있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8468명이 입건됐다. 올 들어 8월 현재 입건자는 벌써 5086명에 이른다. 암울한 이야기다.
농업을 둘러싸고 사회의 두 얼굴을 보는 것만 같다. 농산물 절도는 해마다 되풀이 되지만 갈수록 악화되고만 있다. 그런데도 이를 막아낼 힘이 달린다. 농민도 그렇고, 경찰력도 마찬가지다. 농사 지어 야생조수, 해충에게 빼앗기고 절도에게 털리는 농민은 언제까지 약자이어야만 하는가.
경북의 농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브랜드의 위상을 높여오고 있다. 농민들에게 희망을 키워주는 토양이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호미자루 한번 잡아본 일도 없는 도둑들은 농축산물 뿐만 아니라 농민의 희망마저 훔쳐가고 있다. 이를 막아낼 수 있도록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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