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균의 `설야(雪夜)는 마음 속 호롱불 밝힌 눈내리는 밤의 정경이 그리고 있다. “어는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서글푼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먼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중략)…//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호롱불이 눈발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노래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호롱불은 시쳇말로 `후진’ 시골마을의 상징일 뿐이다. 이런 벽촌에 전봇대라도 하나 세워진다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따로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이 근처 사람들은 생전 처음보는 기차와 정거장과 전봇대를 보고 경이(驚異)의 눈을 크게 떴다.”<이기영 /고향>
경북도내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벽지마을이 17곳이라고 한다. 강원도 62곳 다음이다. 청도, 안동, 봉화, 상주,김천, 청송, 군위, 영주에 1 ~ 3가구 씩 골고루 퍼져있다. 경북 제1의 도시라는 포항에도 장기와 구룡포에 1가구 씩 있다. 농어촌 전기공급사업 촉진법에 따르면 벽지는 5가구, 섬 지역은 10가구 이상 살아야 전기공급 요건을 갖추게 된다. 한 가구 인구가 대부분 2명인 것을 보면 필시 자식들이 도회지로 살길 찾아 떠난 노부부일 듯 싶다. 조명은 전기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호롱불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리산 깊은 골 외딴집을 찾아다니며 태양광 설비를 해주던 어느 봉사자가 생각난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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