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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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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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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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한사전을 뒤적거리다가 한 낱말 위에 눈길이 멎었다.`초콜릿 솔저’-전투를 좋아하지 않는 병사라는 풀이. 세상에 전투 좋아하는 병사가 어디 있을까 싶어 다른 사전을 들춰봤다.`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병사’. 이번 풀이는 그럴싸하다 싶었다. 총대신 초콜릿을 손에 들고 달콤쌉쌀한 맛을 즐기는 모습도 떠올리며.
 초콜릿은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잡아버렸을까. 초콜릿 솔져란 말까지 생긴 걸 보면 세계대전 그 언저리 어디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초콜릿은 1847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프라이 앤 서즈라는 영국 제과회사가 생산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초콜릿은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콜릿은 액체였다.기원전 1000여년께 아즈텍인들은 코코아콩을 빻아 제례용 초콜릿 음료를 만들었다. `xocotl(쓴물)’이 보급되면서 `chocolatl’로 이름이 바뀐 이 음료를 스페인 사람들이 유럽에 소개했다. 초콜릿은 1828년까지 음료로만 이용됐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고체 초콜릿은 역사가 그리 긴 것은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른바 `수능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해온 초콜릿이 올해는 `뒷방신세’로 밀려났다고 한다. 오늘 빼빼로 데이에도 별로 빛을 못볼 모양이다. 한철 장사로 특수를 누려야 할 때에 웬 일 일까. 멜라민 파동이 뒤탈을 낸 것이다. 인기가 지난해의 반토막이라는 보도다. 그 자리를 떡과 엿이 차지해버렸다. 그것도 매우 진화된 제품이어서 `웰빙 상품’도 된다나 보다. 빼빼로데이만 공치다 시피하는 게 아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이틀 앞으로 코앞에 닥쳤는데도 수능상품으로서 초콜릿은 이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세상에 절대 왕자란 있을 수 없음을 새삼 느낀다. 사람도 물건도 매한가지다. `잘 나갈 때’ 일수록 겸손하고 성실해야 할 이유를 멜라민이 가르쳐주는 꼴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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