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은행 위기는 철저히 은행들이 자초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미국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2008년 상반기만 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시련을 겪은 후에, 재무건전성이 양호해졌기 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견딜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글로벌 메가뱅크’로 키운다는 꿈을 꾸는 은행도 나왔다.
그게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신용경색과 자금 조달 단절 상황까지 초래하자 2005년부터 해외 단기차입을 급격히 늘린 은행들은 달러 유동성 위기에 처해 허둥대기 시작했다. 마침내 정부는 시중은행에 대한 1000억 달러 정부 지급보증, 300억 달러 자금 직접 조달을 발표하고, 10월 말 미국과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까지 체결해야했다.
비단 달러만이 문제가 아니다. 원화 유동성마저 겹치면서 은행들은 급격히 대출을 줄이고 자금 조달 숨통을 열고자 예금이자율을 높였다. 대출 이율을 높이고 대출을 줄이자 기업들이 아우성쳤고, 주택자금을 대출한 서민들은 손해를 보고 집을 내놓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 지원’을 신신당부했지만 대통령 앞에서 이를 약속한 은행들은 등을 돌렸다. 그러면서 정부에 손을 내미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은 철저한 `금융회사’로 수익을 추구해왔다. 수익 제일주의와 규모화를 위해 무수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데 열을 올렸으며, 무리한 자본조달을 동원하여 대출을 강행했다. 그 결과 또다시 은행발 국가신용추락 위기가 초래되고 말았다.
정부는 더 이상 부실 은행들에 끌려가면 안 된다. 구제 금융을 하려거든 은행 소유권을 넘기든지 특단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구제금융’이라는 말이 나오면 국민들이 은행에 쳐들어갈지 모른다. 부실은행 구제에 앞서 은행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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