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리멸렬이다. 작년 연말부터 계속된 국회 법안처리 여야 대치 과정에서 국회를 강제 점거한 민주당에 패퇴한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친 이명박 계와 친 박근혜 계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심지어 전여옥 의원은 “우물쭈물하다 이럴줄 알았다”며 “172석의 정당 한나라당은 죽었다”고 극언을 토로했다. 집권당이 이런 꼬락서니니 나라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전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 잘했죠`라며 기념사진까지 찍었는데 한나라당은 우물쭈물, 좌고우면, 오락가락하며 민주당에 끌려 다니다 조종을 울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차명진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항복문서에 서명했다”고 아예 대변인직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에 차이고 내분으로 갈갈이 찢기는 모습이 참담하다.
친 MB 의원들의 지도부에 대한 사퇴 압박은 더 심하다. 이들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분노도 만만치 않다. 친 MB계인 공성진, 최병국 , 심재철 의원 등은 “현 지도부가 사태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며 홍준표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인적쇄신이라는 명분을 뒤집어쓰고 있다. 즉 친 MB 계가 당권을 잡고 정국운영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한나라당을 보는 시각은 싸늘하다. 연초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한나라당 의원들 중 적과 동지를 구분 못하는 `똥덩어리’ 보다 못한 의원들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 입 다물고 있다 민주당의 국회점거에 무릎 꿇자 등 뒤에서 지도부룰 향해 야당성 발언을 쏟아낸 기회주의자들을 향한 매서운 공격이다.
뿐만 아니라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한나라당을 개혁하거나 헌법적 가치를 내건 별도 정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지지로 정권을 교체하고 국회 과반의석을 줬는데도 제 구실을 못하는 한나라당을 대체할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집권 1년도 안 돼 보수 세력들이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리는 참담한 모습이다.
물론 공권력 국회 투입이나 국회의장 직권상정, 법안 밀어붙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거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국회를 강제 점거한 민주당 세력하나 들어 내지 못한 무능한 정권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한나라당은 죽었다”는 비명이 나오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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