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워낭소리’감독 이충렬 “10만 관객돌파 농담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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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워낭소리’감독 이충렬 “10만 관객돌파 농담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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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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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영화로는 최초로 관객 10만명을 돌파한 `워낭소리’의 이충렬(42·사진) 감독은 3일 영화의 `대박’ 소식이 “농담같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배급사 인디스토리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라고 생각하고 `워낭소리’를 만들었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많이 관람했다. 관객들과의 소통에 성공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워낭소리’가 동원한 관객수 10만명은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에서는 기념비적인 숫자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통틀어 이전까지 1편의 독립영화가 동원한 가장 많은 관객은 2007년 개봉한`우리학교’(김명준)의 5만5000명(공동체 상영 제외)이었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워낭소리’는 일찌감치 `우리 학교’의 기록을 넘어서더니 개봉 19일만인 2일 관객수 10만명을 돌파하며 독립영화의 지평을 넓혔다.
 방송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독립 프로덕션 일을 하던 그가 `워낭소리’를 마지막 승부수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 다큐멘터리가 정신적,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때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촬영은 해놨지만 방송국에서 퇴짜 맞은 다큐멘터리 테이프들이 방에 쌓여갔고 벌이가 없으니 무일푼이 된 겁니다. 잠도 안오고 속도 울렁거리고 공황 장애 수준까지 갔죠. 그런 상황에서 `워낭소리’를 찍기 시작한 겁니다.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자’고 큰 결심을 하고 촬영을 시작한 것이죠.”
 이 감독이 처음 아버지와 소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떠올린 것은 1999년 IMF 시절이었다. 우울한 시대에 아버지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 나니 떠오른 것은 항상 소와 함께 했던 감독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제가 시골(전라남도 영암군) 출신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아버지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소와 연결이 되더라고요. 제 기억 속에 아버지 옆에는 항상 소가 있었거든요. 워낭소리는 제게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주는 주술 같은 느낌이었죠.”
 나이든 소와 나이든 할아버지를 수소문한 끝에 영화 속 할아버지를 찾게 된 감독은 2년의 긴 시간 할아버지와 소, 할머니 곁에 머무른 끝에 영화를 완성했다.
 결국 극장에서 상영이 됐지만 `워낭소리’는 원래는 방송용으로 기획됐다. TV가 아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은 방송국이 `워낭소리’에 대해 퇴짜를 놨던 `덕분’이었다.
 “자신있게 방송국에 갔더니 돌아오는 게 `소 얘기가 뭐가 재미있겠느냐. 의미는 좀 있겠다’는 식의 반응인 거예요. 게다가 방송국에서 줄 수 있는 돈도 제작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요. 고민하던 중 영화 배급사(인디스토리)를 만나게 된 것이죠.”
 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워낭소리’는 호의적인 입소문이 퍼지더니 상영관이 38개까지 늘어났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그 덕에 영화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제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의 스타가 됐다.
 “어제 봉화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세배하고 돌아왔다”는 이 감독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영화를 보고 즐거워하시지만, 한편으로는 유명세에 큰 부담을 느끼고 계신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사진기자나 방송국 카메라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할아버지의 집에 자꾸 찾아와서 할아버지가 언짢아하시더라”며 “할아버지는 일하시는 걸 방해받기 싫어하신다. 영화의 인기가 그분들의 삶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아직은 감독보다는 PD라는 호칭에 더 익숙하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TV 방송을 염두에 둘지, 극장 상영을 고려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다큐멘터리도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 만큼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 `워낭소리’처럼 이성적인 쪽보다는 감성적이면서 내면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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