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누가 봐도 노무현 사람이다. 신발을 만들어 온 그는 노 정권 시절 농협으로부터 휴켐스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챙겼고, 농협의 증권회사 인수 사전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 원을 뒤로 빼돌렸다. 그가 노 전 대통령에게 15억 원과, 50억 원을 제공한 것은 그 대가인지 모른다. 그러나 박연차의 ’에이즈` 같은 더러운 돈은 이명박 정부 곳곳에 살포된 증거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홍보비서관 출신 추부길 한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다.
MB 정권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인 이종찬 변호사가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해 수시로 대책회의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대책회의에는 현 정권 핵심들과 가까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대표와, 박 회장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도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부정을 뿌리 뽑아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거정권 `부패의 축`을 구제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더구나 이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박 회장이 검찰에 고발되자 `변호인’으로 나서려다 청와대가 만류해 포기했다고 한다. `부패의 화신`인 박 회장과 얼마나 가깝고, 또 얼마나 많이 받아먹었기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 대책회의 참석도 모자라 변호사로 나서겠다고 했는지 그 속사정을 알고 싶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에 이어 이 전 민정수석의 연루가 드러남에 따라 `박연차 리스트`에 MB 정권이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박 회장이 노 정권 때는 노 정권 핵심들에게 돈을 뿌렸는지 모르지만 정권이 바뀌자 목숨 부지를 위해 새로운 실세들에게 접근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박연차 돈을 받은 MB 정권 사람이 두 명에 그친다고 볼 수 없는 증거는 너무도 많다.
노 정권 인물들이 박연차 리스트에 들어있고,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체포-구속되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 1년 남짓한 MB 정권에서 민정수석과 홍보비서관 출신이 박연차 리스트에 들어갔다는 것은 정권의 도덕성이 출범초부터 땅에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남은 4년의 모습은 그려보나마나다.
청와대의 자체 자정, 감시기능이 큰 문제다. 사정 담당자가 비리 핵심과 놀아나니 홍보비서관이라는 자가 뭉칫돈을 겁 없이 챙긴 게 아니겠는가. 지금이라도 박연차의 검은 돈에 놀아난 비서관은 없는지, 대통령 측근은 없는지 뒤집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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