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으로 10억 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억 원이 “저의 집(권양숙)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박연차 리스트가 까발려지고, 측근들이 줄줄이 쇠고랑 차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마침내 `백기투항’하고 나선 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이유에 대해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중 5년 동안 신고한 재산 어디를 봐도 권양숙 씨가 `빚’이 있었다는 근거가 없다. 채무라면 봉하마을 아방궁을 지으면서 은행에서 4억여 원을 대출받은 것뿐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미처 갚지 못한 빚”이라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퇴임하자마자 박 회장으로부터 `15억 원’을 받았다. 또 다른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봉하재단인가 뭔가를 설립하는 자금 명목으로 70억 원을 노 전 대통령 측에 보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홍콩 법인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에게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 도대체 무슨 `빚’이 있었다는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이 비겁하게 부인을 내세워 뒤로 숨으려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요령부득이다. 부인 빚이 따로 있고 남편 빚이 따로 있다는 말이 얼마나 해괴한가. 부인이 갚지 못한 빚이 있다면 무슨 이유로 청와대에서 그 많은 빚을 내야 했는지, 또 그 빚의 성격이 무엇인지 알아듣게 밝혔어야 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이 정상문 비서관이 받은 수억 원을 부인 탓으로 돌리면서도 조카사위가 박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는 `투자’라고 강변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조카사위가 노 전 대통령 인척이 아니라면 과연 박 회장이 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쥐어줬을지 생각하면 대답이 나온다.
어찌됐건 노 전 대통령 말대로 권 여사가 받은 돈에 대해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법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평가’라고 얼버무린 것도 `노무현스럽다’. 그야말로 `쑥대밭`이 된 노무현 일가의 비극이 안타까우면서도 그가 국민들을 속인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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