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소나무는 균근류 곰팡이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도 한다.균근류 곰팡이층에 소나무씨가 떨어지면 새 순은 곰팡이에게서 영양분을 얻는다. 이 `곰팡이 온상’은 다른 나무나 엄마 소나무의 영양분을 공급받아 만들어진 것이니 새싹이 자라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솔숲이 우거져 햇볕조차 제대로 쬐기 힘든 곳에서도 번식하는 소나무의 지혜라 할 수 있다.
요즘 대구와 청도에서 20~30년생 소나무 900여 그루가 떼죽음 한 것이 발견돼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했다.혹시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것이나 아닌가 싶어서였다. 500여 그루를 정밀 검사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다.죽은 소나무가 많이 발견된 곳이 주로 암석지와 도로 절개지 주변이고 보면 말라죽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가뭄에 바위 틈에 뿌리를 박고 살기가 힘겨웠던 탓이다. 외국처럼 갈까마귀도,곰팡이도 없으니 그 삶은 더욱 팍팍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조선조 김시습(金時習)은 송(松) 백(栢)을 나무 가운데 으뜸으로 꼽았다. “그 서리와 눈을 능멸하는 것과 나뭇결이 곧은 것과 재목이 아름다운 것 때문”이라고 했다. 뭉치고,굽고,말라죽은 것도 그 근본이 확고한 까닭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으뜸이라고 했다. 만일 김시습이 이 시대에 살아있다면 대구와 청도의 말라죽은 소나무들을 보고 무엇이라고 할 지 슬그머니 궁금해지기도 한다.외국 것들 처럼 갈까마귀나 곰팡이 신세를 지지않고 고지식하게 살다간 독거송(獨居松)에게 칭찬 한마디 아끼지 않았지 싶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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