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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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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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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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윤 환 (칼럼니스트)
 
 토요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 봉하마을 뒷산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막 휴일의 아침을 즐기려던 국민들은 경악했다. `박연차 비리’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곤욕을 치르고는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해왔고, 형사처벌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시신이 모셔진 부산대학병원 영안실에는 유시민 전 의원, 이기명 씨 등 측근들에 의해 추모절차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쫓겨났다. 추종자들의 항의 때문이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노무현 일가의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고 믿는 분위기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계란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50만표차’로 낙선한, 비극의 패배자다. 또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절 검찰 수사로 `차떼기’가 밝혀져 정계를 퇴진해야했고, 지금도 `차떼기’는 이회창 총재 별명처럼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총재는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시작되고 `구속 영장’ 청구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나라 망신”이라며 `불구속’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가 노 전 대통령 빈소 앞에서 봉변을 당한 것이다. 누가 봐도 황당한 일이다.
 같은 시간 서울 덕수궁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탁자와 영정 사진을 들고 분향소를 설치했고,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과 실랑이를 했다. 경찰이 물러나며 분향소에 밀짚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던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이 올려졌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우병 난동 때 나타났던 `아고라’ 천막도 등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로 기능이 마비됐다. 90% 이상은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럴 수가 있나요?” 등의 글로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이 대통령의 앞날을 지켜보겠다”며 “천신일, BBK 등 현 정권의 의혹도 다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청와대가 무슨 상관이냐”, “왜 화풀이냐”는 상반된 의견도 올랐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는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수사에 의한 정치 타살”이라고 반발했다. 노사모 회장 출신인 영화인 명계남 씨도 `노 전 대통령 국민장’에 대해 “국민이 죽여 놓고 무슨 국민장을 하느냐”며 “국민장을 하면 가만 안 놔두겠다”고 격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192명의 문상이나 화환을 받아줄 수 없다”며 “조선·중앙·동아 기자들이 들어오면 가만 안둔다”고 별렀다.
 조짐이 좋지 않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그 일가의 비리는 비리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이 `정치 보복’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 비리를 캐낸다지만 정권이 바뀌면 당연한 `통과 의례’다. 노무현 정권으로서는 전직 김대중 정권 비리를 눈감아줬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검찰 수사가 못마땅할지는 모르지만 전임 정권 비리 수사는 자연스럽다. 그 수사에서 비리가 드러나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형사처벌 받으면 그만이다. 또 노 전 대통령보다 엄청난 비리가 나왔어도 그들이 투신 자살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재임 중 비리가 있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역사의 평가를 기다리는 게 전직 대통령의 도리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가장 비극적인 방법을 취했다. 그건 그가 속한 나라와 국민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되어버렸다. 국가의 품격과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노무현 추모’라는 이름의 `촛불 시위’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노 전 대통령 측근과 추종자들은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현직 대통령 조화를 거부하고, 야당 총재의 조문에 계란 세례를 퍼부었다면 심상치 않다. 6월에는 민노총 총파업이 기다리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자마자 `수사 종결’을 선언한 검찰이다. `수사 종결’은 피의자가 사망하면 당연한 순서다. 그러나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 놀란 검찰 모습이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아마추어였다면 검찰과 이명박 정부도 아마추어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에게 인사 로비한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을 모욕함으로써 남 사장이 한강에 뛰어든 사건도 있다. 우리 모두 이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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