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황태자비가 아닌 장애인 복지의 어머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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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황태자비가 아닌 장애인 복지의 어머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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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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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자 평전`낙선재의 마지막 여인’출간…일기와 자서전 꼼꼼히 분석
 
 
 일본의 황족 여성 나시모토미야 마사코가 태어난 해는 1901년, 20세기가 시작하는 해였다. 청일전쟁을 막 마치고 러일전쟁을 앞둔 이 즈음 일본은 세계제국이 되기 위한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해 첫날, 후쿠자와 유키치는 20세기 도래를 기리는 운동을 벌였고, 1945년 일본의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게 되는 일왕 히로히토도 이해 4월에 태어났다.
 한편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일곱째 아들인 영친왕 이은은 1907년 이토 히로부미의 손에 이끌려 일본에 오게 된다. 유학이라는 명목이었다. 마사코의 어머니 이쓰코는 이은이 도착하던 날 신바시 역에서 황태자를 비롯한 일본 황족들과 함께 이은을 마중한다. 마사코는 후일 자서전에서 “그날 부모님은 이은 전하에 대해 이야기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 7살이던 나는 아무 기억이 없다”고 썼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16년 8월 3일 마사코는 신문을 펼치고는 깜짝 놀랐다. 만난 적도 없는 이은과 자신이 약혼한다는 발표가 신문에 났던 것이다. 자신에게 일언반구 묻지도 않고 결정된, 정략결혼을 위한 약혼이었다. 더욱이 그는 쇼와천황의 황후 후보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터였다.
 `낙선재의 마지막 여인’은 일본근현대사를 전공하고 시즈오카 복지대학 교수로 있는 오타베 유지가 펴낸 나시모토미야 마사코, 곧 이방자의 평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방자의 일기와 자서전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방자의 정략결혼이 발표되던 당시 일본은 이른바 `내선일체’론을 내세우며 일본인과 조선인의 동화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일본 황실과 조선 왕족 간의 혼인을 실현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 이방자가 그 희생량이 됐던 것이다. 실제로 이 약혼이 발표된 날 신문에는 `고종의 기쁨, 조선인 또한 폐하의 배려에 감격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고, 이튿날에는 이 혼약을 반기는 이완용 백작의 담화가 발표되는 등 정략결혼의 선전 효과는 컸다.
 이들은 1919년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지만, 고종 황제의 서거로 결혼식은 1년 연기돼 이은이 일본 육군 중위로 복무하던 1920년 4월 28일에야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당시 신문은 이 결혼이 “양 국민의 차별 철폐에서 일보 전진을 의미한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독립운동진영의 생각은 달랐다. 고종 황제의 서거부터 조선 총독의 음모에 의한 독살설이 나돌았고, 이은-이방자의 결혼식 날에도 조선 청년의 수류탄 투척이 있었다고 이방자의 어머니 이쓰코는 자서전에서 쓰고 있다.
 이후 이방자는 왕족비로서 일본 황족비들과 함께 일본의 육·해군 병원을 위문하거나 황후의 각 지역 시찰에 함께했다. 방공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방자는 일본 천황의 의향에 따라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이런 활동 때문에 이은은 일본에 가장 순화된 조선 왕족이고, 결과적으로 이방자가 그 순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945년 일본의 패망 이후 이들은 일본에서도 왕·공족으로 대우받던 지위를 잃었으며, 한국에서도 이들의 귀국을 거부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치적인 부담을 느껴 이들의 귀국을 방해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난 후인 1963년이 되어서야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귀국 후에도 이방자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숙명학원의 이사장으로 거론되던 이방자는 `쪽발이’, `왜놈’ 등의 비난을 듣게 됐다. 이후 이방자는 조용히 복지사업에만 전념하게 된다.
 이방자는 귀국 전인 1960년 설립한 자선단체 자행회 활동을 계속해 자혜학교를 설립하고, 명휘원을 설립해 신체장애인의 자립도 도왔다. 그는 자서전에서 “남은 인생을 한국 사회가 좀 더 밝고, 불행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구원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 후회 없이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비운의 마지막 황태자비’에서 `장애인 복지의 어머니’로 기억하고 있다.
 이방자는 1989년 4월 30일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서 생애를 마쳤다. 그의 남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히로히토 일왕의 서거와 같은 해였다.
 황경성 옮김. 328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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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인의 생명·사랑詩 다시 읽다
 
`한국시의 큰 별들과 함께 하는 문학축제’개최
 
 김남조(82) 시인의 작품 속에 담긴 생명과 사랑정신을 되새기는 시 축제가 마련된다.
 경기도 이천시가 주최하고 목월문학포럼과 이천문협이 주관하는 `한국시의 큰별들과 함께 하는 문학축제’가 25일 오후 이천 아트홀에서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박목월 시인을 주제시인으로 했던 1회에 이어 김남조 시인을 주제시인으로 초대해 시인의 시에 담긴 생명과 사랑의 정신을 돌아보는 자리로 꾸며진다.
 김 시인이 `나는 왜 시를 쓰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근배, 오세영 시인 등이`김남조 선생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대담을 갖는다.
 또 김 시인이 자신의 시 가운데 생명의 존귀함과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한 시편을 직접 뽑아 여러 시인들과 이천시민들이 함께 낭독하는 순서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김남조 시인의 시를 모티프로 한 노래와 무용 등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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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토사랑 문학으로 고취
 
`…울릉 독도 사랑’행사
 시인協 오늘부터 3일간
 선상시 낭송·공연 가져
 
 
 한국시인협회(회장 오탁번)는 21일부터 23일까지 `겨레의 섬 평화의 섬 울릉 독도 사랑’ 행사를 갖는다.
 2005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3번째 실시하는 한국시인협회의 `울릉 독도 사랑운동’은 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지회장 편부경)가 주최, 동북아지역재단(이사장 김용덕)이 후원한다.
 이번 행사에는 오탁번 회장을 비롯 이시연 정성수 이명수 등 40여 명의 시인들과 흥양예술단원 10여명이 독도 앞 선상시 낭송과 공연을 가지며 현지에서 쓴 작품을 통해 국민들의 영토인식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방침이다.
 또한 21일에는 울릉종고를 비롯한 울릉중, 우산중, 울릉초,저동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울릉도에 입도한 시인들이 학교별 팀을 나눠 참여해 문학을 통한 영토의식 고취를 위해 특강을 가질 예정이다.
 울릉/김성권기자 ksg@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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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메시지로 기록한 꿈

배수아 장편소설`북쪽 거실’출간…탈장르적 소설에 접근
 
 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식 요건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배수아(44) 씨의 신작 장편소설 `북쪽 거실’(문학과지성사펴냄)을 소설이라고 부르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도 있겠다.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서사는 온데간데 없고, 그렇다고 묘사만 길게 이어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문장을 따로 따로 읽자면 서사문과 묘사문이 적당히 배치돼 있는데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뚜렷한 서사도, 묘사도 남지 않는식이다.
 소설엔 몇 사람의 인물이 등장한다. 오디오북 성우를 하다가 수용소에 들어가 수용소내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여자 수니, 수니의 애인인 전직 신문기자 희태, 희태의 또다른 애인인 대학원생 린, 실버타운에서 일하며 수니의 오디오북 팬이 된 순이 등. 여기에 남자나 여인a, 노인 등으로 호명되는 인물이 더 등장하는데 작품 속 여러 등장인물들이 어떤 관계인지, 별개의 인물이긴 한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시간과 공간적 배경,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서술방식 역시 정체가 분명치 않은 `나’나 `우리’가 등장하는 1인칭과 3인칭을 정신 없이 오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전개가 낯설지만은 않다. 시간적 배경이 학창시절과 성인이 된 현재 시점을 넘나들고, 내 옆에 있던 인물이 내 친구였다가, 느닷없이어떤 영화배우도 되는 식의 전개는 `꿈’에서라면 꽤 익숙한 방식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꿈’에 대한 진술은 말 그대로 탈장르적이고 몽환적인 이 소설에 접근하는 데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비전문가일지라도 이제는 꿈 하면 자동적으로 가장 먼저 정신분석을 떠올려요.
 하지만 그 이론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본다면, 꿈은 어쩌면 문학일 거예요. 자신이 낭독자이자 청자가 되는 오디오북 말이죠. 우리는 꿈을 해독할 필요가 없어요.”
 말하자면 꿈의 언어를 사용해 꿈을 기록한 이 소설은 해독을 필요치 않는 몽환적인 느낌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삶의 목적어는 단연코 오직 꿈이라는 것”(120쪽)이나 “우리는 우리가 꿈꾸었던것들을 헤엄치며, 꿈에서 들은 것들을 기억하고, 그것을 말하며, 그리고 우리의 꿈과 연이어진 타인의 꿈에 등장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267쪽) 있다는 말은 현실과 꿈, 내 꿈과 타인의 꿈의 경계를 허문다.
 `현실과 꿈’을 다시 `삶과 죽음’이라는 말로 치환해보면, 작가가 파격에 가까운글쓰기를 통해 던지고 있는 절실한 물음이 보다 분명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치명적으로 선명하지 않다면, 지금 이 말을 머리에 떠올리는 우리들 자신이 분명히 삶의 영토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사람은 누구인가.”(202쪽)
 수년 전부터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이다.
288쪽. 1만원.
 
 
 
                           >>신간
 
 ▲야구장 습격사건 =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공중그네’, `면장선거’ 등을 쓴 인기 일본작가의 야구 에세이.
 오키나와, 시코쿠, 대만, 도호쿠, 히로시마, 규수 등 야구 관람을 위해 일본 안팎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형식이다.
 작가는 `공중그네’를 비롯한 자신의 여러 작품 속 주인공인 `이라부 의사’를 연상시키는 엉뚱하고 재치 넘치는 문체로 야구장 안팎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선수들과 함께 오르게 된 것을 자랑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베이스타스 선수들이랑같은 비행기를 탄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마는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동아일보사. 276쪽. 9천800원.
 
 ▲국경을 넘어·평원의 도시들 =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쓴 미국 작가의 장편소설.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모두 다 예쁜 말들’과 더불어 초기 대표작인 국경 3부작을 이룬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을 배경으로, 카우보이 소년들의 처절한 성장담을 작가 특유의 묵시록적 분위기로 그려냈다.
 민음사. 568·412쪽. 1만5천·1만4천원.
 ▲소울 아프리카 =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킬리만자로 자락에 있는 케냐 오지를 배경으로 한 프랑스 소설.
 야생동물의 낙원인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서교출판사. 300쪽. 1만900원.
 ▲잔지바르 또는 마지막 이유 = 알프레트 안더쉬 지음. 강여규 옮김. 독일의 대표적인 전후 작가의 1957년작 장편소설.
 나치 치하에 있던 1937년 독일을 배경으로 나치 정권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도주하는 여섯 명의 여정을 숨 가쁘게 그려냈다.
 중단편소설집 `프로비던스에서 나의 실종’에 수록된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도 함께 묶었다.
 문학과지성사. 408쪽. 1만2천원.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 설흔 지음. 퇴계 이황의 삶과 사상 속에서 효과적인 공부법을 배우는 인문실용소설.
 퇴계에게 배움을 얻고자 찾아온 제자들에게 퇴계가 전해주는 공부법을 퇴계와 제자들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풀어낸다.
 예담. 248쪽. 1만1천원.
 ▲스톨른 차일드 =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예이츠의 시 `스톨른 차일드’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미국 작가의 성장소설.
 일곱 살의 헨리 데이가 숲에 사는 요정에게 납치돼 자신의 존재를 도둑 맞은 뒤삼십 년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조로 그렸다.
 작가정신. 424쪽. 1만2천원.
 ▲써틴 = 세바스찬 보몬트 지음. 이은정 옮김. 영국 신예 작가의 데뷔 판타지 소설.
 스스로도 택시기사였던 작가는 영국 브라이튼의 젊은 야간 택시 운전사가 신비로운 공간 `13번지’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폴라북스. 35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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