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을 빠져나가려면 이 둘 중 어느 한쪽으로는 지나야 한다. 그러면 그 한쪽이 배를 뒤집고 뱃사람들을 빨아들였다. 영어권에서 진퇴유곡의 상황을 두고 `스킬라와 카리브디스(between Scylla and Charybdis)’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의미가 확장되어 오늘날은 논리학 같은 데서 한쪽의 결점을 피하려다 다른 결점에 빠지게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여우를 피하니 범이 나타나더라.’는 우리 속담과도 닮았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재임 중이던 2006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이 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으면서 뇌물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당시 산업자원부장관으로서 곽씨의 공기업사장 임명에 개입할 만한 위치였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저들이 같이 점심을 할 때 동석했다는 게 밝혀졌다. 그런 가운데 정 대표는 `아무런 문제될 일은 없었다.’는 말만 반벙어리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점심 먹는 자리에 같이 있었고, 산자부 간부를 시켜 곽씨에게 석탄공사 사장공모에 응모하라거나, 한전 예하 남동발전주식회사 사장에 응모토록 권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터에 `난 문제없다’고만 되뇔 뿐 적극 해명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석명(釋明)을 하고 나서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진술이 되는 걸까. 그렇다고 한 전 총리 보호를 위해 소명에 계속 소극적일 땐 자기 자신과 민주당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될 거다. 정 대표는 지금 스킬라도 싫고 카리브디스도 두려운 상황에 처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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