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측은 이 때문에 더욱 많은 의시(疑視)만 받게 되고 말았다. 하우스 씨가 미국 애리조나주 KPHO -TV와 인터뷰를 하면서 `고엽제 드럼통 매립’을 처음 증언한 때가 지난 5월 이었다. 그 뒤로 미국 측은 하우스 씨를 면담해 1978년 당시 상황과 관련한 증언을 면밀하게 채록한 것으로 밝혔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고엽제 드럼통을 파묻은 지점도 알아냈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제껏 엉뚱한 곳만 헤집고 있었으니 의혹만 쌓이게 되고만 꼴이다.
고엽제 드럼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왔지만 낭비가 심했다. 인력도,장비도,시간도 모두 낭비만 계속해온 셈이 되고 말았다. 고엽제 매립 첫 증언자인 하우스 씨가 현장을 방문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하우스 씨가 가리킨 곳을 먼저 조사했어야 했다. 그러고도 고엽제 드럼통을 찾지 못했다면 그의 기억 잘못으로 돌리고 다른 곳을 탐사하는 게 일 처리의 올바른 순서가 아니었겠는가. 이제라도 일을 처리하는 순서를 바꿔야 하리라고 본다.
한·미공동조사단의 목표는 33년 전에 파묻힌 진실을 찾아내는 데 있다. 그 진실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밝혀내는 게 최상이다. 이는 칠곡군 주민들이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공동조사단은 지름길을 놔두고도 먼 길을 빙 돌아가는 헛수고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의혹과 의구심이 쌓일 수밖에 없는 행보만 거듭하는 모양새다.
하우스 씨는 물론이고 그와 동행한 퇴역 장교 필 스튜어트 씨도 진실 규명을 거듭 주문했다. 현안 해결 과정에서 현장 탐사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관련 기록을 찾아내는 일 또한 이에 못지않은 비중을 갖는다. 미군은 250개나 되는 고엽제 드럼통을 처리하면서 기록 한 줄 남기지 않을 만큼 허술한 군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으려면 미국 측의 진실규명 자세가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