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보는 듯한 따듯한 인간애 느껴보자 새영화&추천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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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보는 듯한 따듯한 인간애 느껴보자 새영화&추천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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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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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르 아브르’ 핀란드 거장 카우리스마키 감독 메가폰…
  이민 문제 포착한 작품
 
유럽서 매년 수없이 생산되는 밀입국 문제 다뤄
올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

한 소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선의·노부부의 사랑 감동적
자본과 계층 문제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판타지 만들어내
원색 잘 살린 지점·로큰롤 음악·공연, 느릿한 배우들 연기 호평

 
 무심한 듯이 내뱉는 인물들의 대사에는 호방함이 가득하다. 브레히트적인 냉소는 건조한 현대인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비인간적인 인간관계를 비트는 코미디로 현대 영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핀란드의 거장아키 카우리스마키.
 `르 아브르’는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친숙하다. 인물들의 감정도 널뛰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간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 가운데 가장 쉽고 따뜻하다.
 상영시간 93분간 소년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선의와 노부부의 사랑을 따라가다 보면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질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보헤미안이었던 마르셀 막스(앙드레 윌름스)는 아내 아를레티(카티 오우티엔)와 함께 프랑스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 정착해 구두닦이로 연명하며 노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아프리카에서 밀입국한 사람들이 경찰에게 붙잡히고 마르셀은 그들 중 한 명이었던 아드리사(블로딘 미구엘)를 숨겨준다. 낌새를 눈치 챈 경찰의 수사망이 조금씩 조여오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불치병에 걸린다.
 `르 아브르’는 유럽에서 매년 수없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이민 문제를 포착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처럼 어머니를 찾아 떠난 아드리사의 여정과 그 `불편한’ 여행 속에서 만난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치 동화나 판타지를 보는 듯 등장 인물들은 선의로 똘똘 뭉쳤다. 그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악당들은 나오지 않는다.
 자본과 계층 문제를 비틀며 독특한 표현주의적 방식을 보여주던 이 거장 감독은 마치 현실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판타지 한 편을 만들어 낸 듯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피착취의 암울한 내용을 담은 전작 `황혼의 빛’(2006)에 비해 긍정의 기운이 넘친다.
 원색을 잘 살린 지점이나 로큰롤 음악과 공연, 반박자씩 느린 배우들의 연기는 여전하다.
 과분한 부인을 둬서 좋겠다는 동료의 말에 “어차피 그 여자는 누구에게나 과분한 여자다”처럼 짧지만 공명할 만한 대사의 힘도 맛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처음 출연한 앙드레 윌름스의 연기는 무난하다. `천국의 그림자’(1986) 이래로 카우리스마키의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카티 오우티엔의 하는 듯 마는 듯한 담백한 연기는 볼수록 시선을 끈다. 그는 2002년에는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르 아브르’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전체관람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추천DVD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민문제 통해`이란’현주소 묘파
법체계 문제점·거짓말의 윤리적 문제·종교적 신념
선과 계급의 문제 등 사회 모순 폭넓게 다룬 수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민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별거에 돌입한 중산층 부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이란 사회의 현주소를 묘파한 수작이다.
 켜켜이 쌓이는 이야기의 밀도감, 배우들의 물샐틈 없는 연기,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개인의 순도 높은 감정과 사회의 모순을 조목조목 드러낸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 영화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곰상을 탔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법하다.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씨민은 딸 테르메를 위해 이민을 떠나려 하지만 남편 나데르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을 나간 씨민.
 나데르는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를 돌볼 간호인 라지에를 고용한다.
 어느 날 낮에 딸과 함께 집에 온 나데르는 아버지가 침대 밑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자리를 비운 라지에를 추궁한다.
 승강이를 벌이던 중 라지에는 계단에서 넘어져 유산된다. 감정이 격해진 라지에의 남편은 나데르를 살인죄로 고소하고, 나데르도 라지에를 폭력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진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듯, 꼬리를 문 사건이 쉴 새 없이 스크린을 점령한다. 각 사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인물들의 감정들도 촘촘히 쌓인다.
 영화의 두 줄기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리고 나데르와 라지에의 고소전이다. 영화는 두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내밀한 생각과 심리변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아울러 70대 노인이라도 허락을 받고서 씻겨야 하는 이란 사회의 보수성, 지극히 단순명료해서 개인사를 구체적으로 살피지 못하는 현대 법체계의 문제점을 비롯해 거짓말의 윤리적 문제, 종교적 신념, 선과 계급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룬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여럿있다.
 원칙주의자인 나데르가 딸에게 원칙의 중요성을 누누이 가르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까봐 딸이 `알아서’ 거짓말하도록 내버려두는 장면은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뛰어난 장면이다.
 막판, 별거를 막으려는 씨민과 나데르의 딸의 소리없는 울음은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놓은 감정 덕택에 마음에 큼지막한 파도를 일으킬만하다.
 법정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씨민과 나데르가 법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며 끝을 맺는다. 인물들은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벌이지만 영화에 그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저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만, 이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기만 한다.
 `어바웃 엘리’로 2009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던 아스가르 파르허디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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