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가 2010년 작고한 채문식 전국회의장 흉상을 세우려 하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만만찮다고 한다. 시의 계획은 시비 2억 원을 들여 문경중앙공원에 문 전의장의 흉상을 세워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가깝게 느끼게 하자는 것일 테다. 헌법상 국가 의전서열 2위에까지 올랐던 인물이 이 지역 출신이라는 지역적 긍지를 시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본 듯하다. 그리고 지역에는 정서적으로나 친인척 관계 등으로 고인과 가까워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 그렇지 않은 시민이라 할지라도 흉상제작의 취지나 목적에 찬동하여 굳이 반대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유명정치인으로서 문경지역민과 출향인들에게 지역적 자부심을 다소 안겨줬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하는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비록 6선의 국회의원으로서, 12대 국회의장으로서 지역에 전혀 공헌한 바가 없음을 지적한다. 또 1980년 신군부 출현 이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한 경력도 별로 자랑할 것이 못된다고도 본다. 이들은 “신군부로 분류되는 전직 대통령들의 국립묘지 안장마저도 사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터에 당시 (쿠데타 세력이 만든)국보위 부위원장까지 지낸 인물의 흉상을 앉히겠다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지금 문 전의장의 경우처럼 신중론을 펴는 사람이 지역에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 시가 굳이 밀고 나갈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산촌의 오지가 낳은 인재가 해방직후의 농경시대에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학부를 마치고, 고시에 합격하여 약관의 나이에 태생지 군수로 부임하여 전설적인 일화도 많이 남기고 있는 전 국회의장을 자랑스러운 인물로 여길 수도 있다. 또 신군부 출현 때에 서슬 퍼렇던 국보위 부위원장 등의 전력을 가졌기 때문에 민주주의 시대에 기릴만한 경력이 아니지 않느냐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지역민들은 지금 그렇게 생각이 나뉘어져 있는 듯하다. 지역의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시는 시민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를 거쳐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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