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은 한국 공포물의 대명사다. 1998년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을 시작으로 입시 경쟁, 집단 따돌림, 동성애 등 입시에 허덕이는 여고생들의 불안한 삶을 다뤘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동반자살’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릇된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적 종말이다.
영화는 언주(장경화)의 자살로 시작한다. 모범생 언주의 죽음에 학교 전체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순수한 애도의 물결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언주가 죽기 직전까지 소이(손은서), 유진(오연서), 은영(송민정)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언주의 같은 반 친구들은 이들 3인이 언주의 죽음과 어느 정도 관련돼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가운데 소이는 죽은 언주와 절친한 친구로 소문났으나 유진 등과 가깝게 지내면서 언주를 `왕따’시켰다는 의혹까지 받으면서 이들 3인을 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진다.
모범생 언주의 뜻밖의 자살
그 죽음에 얽힌 3인의 관계 풀어헤쳐
고막 긁는 효과음·핏빛 화면 등
순도 높은 공포 선사
다섯 명의 호러퀸 연기 향연도 볼만
소이는 죄책감에 유진을 찾아가 모든 걸 밝히자고 말한다. 영화는 이어 4명 간의 복잡한 관계를 풀어헤친다.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은 유진의 그릇된 욕망이다.
영화는 고막을 긁는 효과음, 화면을 적시는 핏빛,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 언주의 모습을 통해 순도 높은 공포를 선사한다.
`여고괴담’ 1편처럼 조여오는 공포의 맛은 떨어지지만, 화면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는 언주는 간담을 서늘케 한다. 다섯 명의 호러퀸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향연도 눈길을 끈다.
다만 소이에 대한 언주의 조건 없는 우정, 그리고 유진의 질투와 욕망은 영화 내내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가 이야기의 긴밀성이 떨어지고, 내용 연결이 느슨하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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