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쓰는산문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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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쓰는산문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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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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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존재가 되는 길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동물이며 곤충, 풀과 나무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다.
 강물위로 노을이 지고 노을에 비껴가는 새떼들, 새벽 신선한 바람에 서걱대는 억새풀과 그 속에 둥지를 튼 새들의 지저귐과 날아오르는 날갯짓, 이런 풍경이 없다면 사람에게 행복이 있을까 싶다. 자연 속에 어울려 있는 인간만이 참다우며 자유롭다라는 고백을 조금만 자연 곁에 서있으면 하게 된다.
 자연은 풍성해서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 같으며 편안하고 아늑하다.
 아이들에게 풀이름 나무이름 곤충 이름들을 아는 대로 가르쳐주곤 한다. 머리에도 한계가 있어서 곧잘 저건 무슨 풀이고 저건 무슨 나무고 가르쳐주다가도 “이건 무슨 풀이예요”하고 물어오면 그만 머리를 긁고 마는 때가 있다. 그때마다 짧은 머리를 두들겨가며 책을 찾아봐야지 꼭 알아놓아야지 하면서도 잊어버린다.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것. 그것이 자연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다. 사람도 이름을 기억했다가 불러주면 얼마나 친밀해지는가 생각해보면 안다.
 게다가 그 풀의 생태라든지 숨겨진 이야기라든지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라든지 하는 게 있게 되면 진짜 사랑에 다가선다. 그러나 아직 참사랑은 아니다. 그와 말을 나누고 그리하여 그가 오롯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의 독특한 의미를 나누는 경지에 이르고 나면 그의 존재의미를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있게 되고 참사랑에 이르게 된다.
 나무와 사랑하다니 그런 일이란 유치하다 혹은 쓸데없는 짓이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존재를 안다는 것. 그래서 그 존재 안에 깊숙이 참여한다는 것.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사랑이라는 기적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라도 찾아오는 기적이다. 그러나 그 기적 혹은 비밀은 존재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이라야만 찾아온다. 열려있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비밀, 하나의 나무를 사랑할 수 있고 하나의 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내가 참 존재가 되는 길이다.
 참 존재가 되려거든 마음의 문을 자연 앞에 활짝 열어라.
                                                                                         -조현명 시인,포항문학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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