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집 자식만 군대가는’ 모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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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집 자식만 군대가는’ 모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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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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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여야 정치인들의 대권도전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각종 정책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격차해소’와 ‘국민통합’은 기본이고 ‘공생’같은 번지르르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압권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수도이전’과 ‘모병제’다. 특정 지역과 계층을 겨냥한 달콤한 공약이다.
무엇보다 남 지사의 ‘모병제’ 공약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남 지사의 모병제 발상이 공개되자 당장 인터넷에는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에 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빗발쳤다. 징병제는 국민의 병역의무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부잣집 자식이나 가난한 집 자식이나 평등하다는 취지다. 모병제로 하려면 헌법부터 고쳐야 한다.
남 지사가 ‘모병제’를 들고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여당에 남경필 지사같은 개혁적인 인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적극 호응했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매력적인 제도”라고 찬성했다. ‘모병제’에 담긴 문제점과 독소에 대한 깊은 고민 없는 즉흥적인 발상이다.
남 지사는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사병 월급을 ‘2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사병 월급 200만원’이면 대졸 초임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모병제에 적극 호응해 군으로 달려갈 가능성이 높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병역은 ‘돈’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모병제’를 도입할 경우 돈 있는 집 자식들은 거의 대부분 병역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돈 없고, 직장 없는 젊은이들이 군대로 달려가는 데 돈 있고 직장 있는 젊은이들이 왜 2년이 넘는 귀한 시간을 군에서 낭비하려 하겠는가. 모병제는 결국 ‘서민·천민의 군대’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남 지사 등 모병제 찬성파는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착상이다. 모병제를 하면 ‘200만원 월급’을 기대한 젊은이들이 ‘취업’을 겸해 자원입대할 것이다. 그 대신 모병에 응하지 않고 사회에 눌러 앉을 젊은이들의 취업은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남 지사는 “돈 없는 집 자식들만 군대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자원입대하지 않는 경우 세금이나 대체복무 등의 사회공헌 또는 군 운용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도록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부모의 소득계층에 따라 차등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에 가지 않는 자식 때문에 부모가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얘기다.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병역’을 돈으로 계산하는 그 발상이 가당찮다.
남 지사는 부친이 여당 국회의원이었다. 부친이 사망하자 국회의원 지역구 뿐만 아니라 금배지까지 물려받은 ‘금수저’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모병제’가 더욱 듣기 거북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성한 ‘병역의무’에 관해서는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군에 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세태에서 ‘없는 집 자식들만 군대 가는’ 분위기를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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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호 2016-09-07 22:46:48
돈 없는 집 자식만 군대간다... 이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오히려 현행 보다는 훨씬 낫다. 지금은 돈 없는 이나 부유한 이나 군대에 끌려가 노예로 사는데 모병제로 바꾸고 정당한 대우를 해 준다면 돈 없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택권을 주는 셈일 수 있다. 등록금도 마련하고 하나의 스펙이 될 수도 있기에 역으로 사회적 약자가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데 쓰일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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