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실패가 `진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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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실패가 `진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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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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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경쟁’하는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
 
 이상돈 (중앙대 교수)

 
 좌파(Left)와 우파(Right) 개념은 프랑스 대혁명 후에 나왔고, 프랑스 제3공화국 의회에서 의장석에 볼 때 왼쪽에 공산당과 사회당 의원을 앉히고 오른쪽에 왕당파 의원을 앉힌 데서 유래한다. 오늘날 이 용어는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지칭할 때 많이 사용한다. 사실 “나는 좌파다” “나는 우파다”하다가는 볼세비키나 네오 나치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인하는 정당을 금지하기 때문에 어떤 세력을 `좌파’로 규정짓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였고, “북한정권이 보다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을 `친북좌파’라고 부르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북한 인권침해는 직접 보지 못해서 알 수 없다”거나, “북한 핵과 미사일 실험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이나 집단은 `좌파’ 또는 `극좌’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나 국가안보와 자유경쟁적 경제질서에 대한 태도, 성장과 분배에 대한 관점 같은 사회경제적 사안에 대한 이념과 정책의 스펙트럼 차이를 두고 말하는 경우에는 `진보’와 `보수’가 `좌파’와 `우파’ 보다 적절하다.
 `진보’는 문자 그대로 본다면 “진전하고 발전하는 것”이니 좋은 의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는 모두 정치적 뉘앙스를 갖고 있는 용어다. 정치적 용어로서 `진보’가 과연 그렇게 좋은 용어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미국에선 `진보’를 의미하는 `liberal’이 그렇게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만일 “힐러리 국무장관한테 당신이 리버랄이냐?”고 물어 본다면 실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존 매케인, 뉴트 킹리치, 루디 줄리아니 등 공화당 중진에게 “당신이 보수주의자냐?”고 물어 본다면 그들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금기였던 용어가 여럿이 있는데, `진보’ `혁신’ `사회주의’가 그러하다. 자유당 말기 진보당 당수 조봉암은 간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처형됐다. 5·16 후에는 혁신세력이 박해를 받았다. 1967년과 1971년 대선 때에는 김철 씨가 사민당 후보로 출마해 상징적인 표를 얻었지만 유신 후에는 그나마 없어져 버렸다.
 유신정권과 5공 정권 시에는 `민주화 운동’이 있었지 `진보 운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이 발생한 기점은 1988년 총선과 1990년 3당 합당이 아닌가 한다. 1988년 총선 결과 제1야당으로 등장한 DJ의 평화민주당이 진보 정책을 천명했다. 반면 1990년 봄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이 민자당으로 합당했고, 스스로 `보수대연합’이라고 부르자, 대항 이념으로 `진보’가 등장한 것이다.
 `보수’라는 용어는 원래 매우 안 좋은 것이었다. 영국에서 왕당파를 `토리’(Tory)라고 불렀는데, `토리’는 아일랜드의 무장 폭도를 지칭하는 용어에서 유래했다. `보수’는 문자 그대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3년 전인 2006년 여름, 뉴라이트에 참여하던 교수들이 “깊은 성찰과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진보개혁 세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진보진영을 걱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수신문은 `위기에 처한 진보좌파’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리고 `보수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보수’도 위기에 처해있다. 그것은 좌파 때문이 아니라 우파 스스로의 한계와 실책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좌파 반대를 넘어서 긍정적인 모델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스스로의 모순과 이중성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 그리고 금품수수 등으로 `진보’도 위기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진보’는 `보수’에 비해 노조 등 조직과 저변이 넓다. 또한 젊은 세대는 진보에 경도되어 있다. 더구나 `보수’를 표방한 현 정권은 취약하기가 이를 데 없다.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보수가 참패하기 앞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가 미는 진보후보가 당선됐다. 보수가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leesangd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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