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내외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대통령의 회갑선물로 1억 원짜리 시계 한 개씩을 받았다는 이야기의 후속편이 또 나왔다. 아내가 봉하 마을 어딘가에 버렸다더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1억짜리 시계 두 개를 농촌 마을의 논밭구석이나 물웅덩이 같은 자연 속 어딘가에 돌멩이 던지듯 버렸다니, 고려시대의 `형제애’만큼이나 강한 `부부애’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통이 큰 가족임엔 틀림없다. 왜 버렸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집에(시계를 버린 아내) 물어봐야겠다고 대답했다고 하니, 그 이유 또한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
지난번 이목을 집중시킨 대검 출두 조사에서 했다는 이 진술이 보도된 어제, 사람들은 이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보는 사람마다 `집어치우고 봉하에 1억짜리 시계 주우러 가자’는 게 인사였으니 말이다. `시계 주우러 가자’는 시정(市井) 서민들의 말은 그 말을 한 전직 대통령과 그 일가에 대한 비웃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버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설령 버린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조소거리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재물(財物)이 곧 재앙(災殃)이란 걸 뒤늦게 깨닫고 금덩어리를 주웠던 저 고려시대의 형제처럼 마음을 비워 던져버렸다고 볼 사람은 없다. 재물로 인해 겪는 고통, 그 화근을 이쯤에서 잘라버리자는, 증거인멸의 의도라고밖에 더 보겠는가. 말솜씨 좋았던 전직 대통령의 `무죄 석명(釋明)’이 자꾸 꼬여드는 형국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로 인해 나중에 자기를 옭아매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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