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컴퓨터만 있고,정서가 없는 세상… 저녁놀이 대추볼에,내려 앉는다. 거미가 설치한 촘촘한 그물에,가을하늘이 걸렸다.
김시종 내가 평생을 걸어온 길은,절반이 가시밭길이었다. 사나이로서 보여선 안될,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가족을 위하여 생존을 위하여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상훈 살구꽃 피는 마을피는 꽃이 저리 곱다. 피는 꽃 그 너머로지는 꽃도 어여쁘다. 목숨도 오가는 날이저리 꽃길이고저.
김시종 거창하게살던 사람도,죽으매 거적에 쌓인얄팍한 짐짝. 산사람이 마음대로 옮겨도,쓰다 달단 말 한마디 없더라.
김시종 인생은 살거나 죽거나,끝내 연옥이로구나. 2000도 고열을 견뎌야,한줌 재가 되는 종말… 오밤 중에 자다가라도,인생이란 말은,다시 뇌지 않으리.
김시종 낙과를 모아서불을 지른다. 낙과를 불태워도,한오리 연기도 안난다. 낙과 탄 자리를 쓸어도,사리 한 톨 없구나.
김시종 고기 두 마리가 담겨 있어도,빈 쟁반이다. 고기 두 마리를 담으면,쟁반의 고기가 네 마리가 된다. 쟁반의 고기를 다 먹어도,고기 두마리가 늘 남아 있다.
김상훈 비슬산 멧새 한 마리앞마당에 내려 앉아 무엔가 전갈하듯쫑깃거리다 가버렸다. 울안에 듬뿍이 쏟아 논도라지꽃 내음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