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 나눔의 현장을 가다
띂 삶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선린병원 호스피스 병동 `크리스마스 파티’
아줌마 천사단, 눈물·탄식 대신 웃음 선물
포항 선린병원 맨 꼭기대기 병실 9층.
이곳에 삶과 죽음의 아슬한 경계에 선 호스피스 병동이 있다.
지난 14일 눈물과 탄식만이 가득한 환자들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때이른 캐럴송이 경쾌하게 병실을 울린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인`아줌마 천사들’의 목소리다.
몸에 온갖 줄을 달고 가픈 숨을 몰아쉬는 암 환자들이 `축하의 주인공’이다.
죽음이 임박한 이들에게 `축하’와 `기쁨’은 까마득한 먼 이야기. 그러나 이날만은 마음껏 희망과 기적을 꿈꾼다.
간암 투병중인 박윤식(54·남구 해도동)씨는 “이곳에선 봉사자와 환자 모두 식구나 마찬가지”라며 “이분들이 있어 병원 생활이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아줌마 천사’들은 병실 곳곳을 돌며 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또`산타클로스’가 됐다. 선물은 환자 필수품인 수건과 화장지. 잔치인 만큼 떡도 돌렸다. 소박한 나눔에 환자들은 아이 마냥 즐거워했다.
“지난 1년 6개월간 암환자들 친구가 되면서 배운 것이 많다”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김혜경(45·여·남구 지곡동)씨. 김씨는 “환자와 가족 모두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는 아무나 가지는 축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이곳을 찾는다. 주로 환자들을 씻기고 입히는 일을 돕고 있다. 김씨는 “사람 그리운 암 환자들 말동무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했다.
환자들과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는 것은 당연지사. 유방암으로 6개월째 항암치료를받고 있는 김경순(42·여·북구 죽도동)씨는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대하는 봉사자들을 보며 마음 속 매듭들이 하나 둘 풀렸다”며 고마워했다.
생명의 끈을 부여잡는 곳, 선린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무지개 병동으로 불린다. 절망에서 희망을 향한 외침이다. 이날 만난 `아줌마 천사’들은 `의사’도 `성녀’도 아니었다. 생의 마지막 동행을 자처한 평범한 이웃일 뿐이다.
/이지혜기자 ho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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