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넘는 민주당 여성의원 중
`그년’비판한 의원은 단 한명”
`욕(辱)’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느닷없이 상대를 향해 “이놈” “저놈”하고 “이년” “저년”하면 당장 주먹이 날아오거나 더 심한 욕을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욕에 대한 기준도 `진보’와 `보수’가 다른 모양이다. 특히 `진보’를 온몸에 걸친 진보여성단체들은 `욕’에도 이념의 옷을 입히고 `진보좌파들의 욕’에는 관대하다. 민주당 이종걸 최고위원의 “그년” 쌍욕에서 다시 입증됐다.
이 최고위원의 “그년”은 여성이라면 예외없이 어김없이 분노해야 할 욕설이다. 여성인 어머니에 의해 태어났고, 소중한 자식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여성’을 `그년’으로 짓밟은 이 최고위원을 “그놈”이라 하고 싶은 마음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법하다. 그러나 20명이 넘는 민주당 여성의원 가운데 “그년”을 비판한 의원은 단 한명, 남인순 의원뿐이다. 여성운동계 대모이자 여성 출신 첫 국무총리 한명숙 의원, 여성 출신 최초 법사위원장 박영선 의원, 선출직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등은 벙어리 꿀 먹은 식이다. 만약 새누리당 의원이 민주당 여성의원에게 “그년”이라고 했을 때 이들이 어떻게 나왔을까? 나라가 뒤집어지지 않았을까?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이종걸 최고위원과 매일 얼굴을 맞대야하기 때문에 “그년”을 못들은 척하는 것으로 봐주자. 그러나 `진보’를 독점하며 양심적, 도덕적인 양 행세하는 자칭 진보여성단체들의 “그년”에 대한 침묵은 `사이비진보’의 `생얼’을 보는 것 같아 속이 편치 않다. 이념에 따라 욕에 대한 감각도 달라지는 여성단체들이 역겹다.
한명숙 의원이 대표를 지낸 `여연’은 2010년 강용석 한라당 의원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 파문 때는 1년여 동안 논평과 성명·기자회견문을 무려 18건이나 발표했다. 진보라는 여성민우회와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도 여연과 공동 보조를 취했다. 그들의 눈엔 이종걸의 “그년”은 안보이고 강용석의 아나운서 비하만 보였다는 얘기다. 제수성추행 의혹의 김형태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연’은 5건의 논평과 성명을 내고 김형태 제명 촉구 청원까지 국회에 냈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터진 민주당의 “라이스 강간” “XX냄새 오징어” “구멍동서” 김용민에 대해서는 달랑 성명 1건이 전부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적(敵)’으로 간주하고 `적의 적은 우군’이라는 식이다. 적을 공격하는 무리들과 그들의 욕설까지도 너그럽게 봐주는 삐딱이들이 자칭 이 나라의 `진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날나리, 짝퉁, 가짜 진보다.
민주당 당직자의 미디어오늘 여기자 성추행 사건도 그렇다. 미디어오늘은 대표적인 친야언론이다. 민주당 당직자가 미디어오늘 기자들과 저녁식사 후 가진 술자리에서 여기자의 몸을 주무르는 추행을 했고, 이를 쉬쉬해왔는 데도 민주당 여성의원 누구도 이를 문제 삼은 사람이 없다. 심지어 여기자 성추행에는 미디어오늘 남자기자도 가세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도 이같은 사실을 쉬쉬했다. 여기자가 `여성민우회’라는 성폭력신고센터까지 찾았는데 내부적으로 처리한 뒤 덮었다. 민주당 누구도 여기자에게 사과했다는 소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성추행 당사자는 당으로부터 해임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 출근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연’등 자칭 진보여성단체들이 관심을 기울였다는 뉴스도 보지 못했다.
`욕’은 세계공통의 언어폭력이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욕설은 성적인 함의를 갖기 때문에 더 파괴적이고 추행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이 땅의 진보여성단체와 야당 여성의원들은 `욕’도 가려서 듣고 가려서 대응하는 신기한 의식을 가졌다. 진보좌파의 입에서 나온 욕은 욕이 아니고, 보수의 입에서 나온 욕만 욕이라는 식이다. “돼지 눈에는 X만 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진보’는 똥도 세탁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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