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16일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 및 근현대 미술품 전시공간 유치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경주시는 국내 대표급 관광지이고 신라 천년고도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으며 기증품 가운데 신라 관련 유물이 상당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 고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이 경주이씨 판정공파 후손으로 중앙종친회장을 맡은 인연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의 이런 유치 선언으로 대구시와 경북도는 곤욕스러운 눈치다. 이미 ‘이건희 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기에 자칫 그동안 강조해온 상생 협력 움직임이 깨지지나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경북도가 대구시를 지원키로 한 것은 삼성이 대구에서 출발했고, 구미에서 삼성전자로 우뚝 선 만큼 대구와 경북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힘을 합칠 경우 그만큼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일 대구와 경북이 따로 유치전에 뛰어들면 둘 다 안 된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대구가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이자 삼성그룹 모태란 점, 이 회장이 대구경북에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각종 미술품을 사 모았다는 점에서 미술관이 대구로 와야 하는 당위성에서 만큼은 대구가 최적지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양새가 볼썽사납게 된 경북도로서는 경주시와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대구지원의 불가피성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경주시가 양보를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투 트랙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대구시와 협의를 통해 근·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은 대구시에,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은 경주에 유치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를 경우 고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고, 기증품 가운데 신라 관련 유물이 상당수 있다는 점 등 명분도 살릴 수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진지한 협의를 통해 유치가능성 여부를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하고 분석해야 한다. 자칫 이 문제로 대구시와의 상생협력 분위기가 훼손되게 되고 유치마저도 실패한다면 경주시가 받을 비난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특히 대구시민들을 중심으로 경주 기피현상이 인다면 경주시로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 문제가 더 진전돼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되기 전에 협의·조정을 통해 도민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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