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혹한을 피해 먹이를 찾아 날아온 이 철새들을 겨울 진객(珍客)이라 하여 반기고 좋아하는 것이 우리네 겨울 정서였다. 황혼녘의 겨울하늘에 철새떼가 연출하는 군무(群舞)를 즐기는 즐거움도 겨울한철의 낭만이기조차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근년 들어 우리는 철새를 시적 낭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AI(조류인플루엔자)가 인간 세상에 커다란 피해를 주어오고 있기 때문에 철새가 날아올 때가 되면 그것이 귀찮아지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AI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매년 철새도래기가 되면 `저것들이 또 인플루엔자를 유입하지나 않을까’,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게 된다. 사실 수삼년 전부터 AI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여 집에서 기르는 가금류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어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날아드는 철새들이 AI를 유입시키거나 퍼뜨릴 가능성은 매우 크다.
예방을 철저히 하는 수밖엔 달리 대응할 방도가 있을 수 없다. 경북도는 AI에 감염된 철새 배설물이 도내 닭과 오리 사육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철새도래지를 대상으로 야생조류의 분변 검사에 착수했다. 도 방역본부는 또 지역 축협과 함께 예찰팀을 구성하여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매주 1회씩 임상예찰을 펴고 있다. 당연한 노력이지만, 당국의 그러한 노력에 격려를 보내면서 더욱 철저한 예찰활동을 촉구한다. 그리고 당국뿐 아니라 농가 스스로도 각별한 예찰과 예방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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