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겐 무능교사 축출하는`미셸 리’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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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겐 무능교사 축출하는`미셸 리’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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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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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미셸 리. 한국 이름 이양희, 2007년 9월 워싱턴DC 교육감으로 발탁된 첫 한인 교육감이다. 그에게 맡겨진 건 미국에서 학생 1인당 투자하는 교육 예산이 가장 많은데도 학력은 최하위권인 워싱턴DC 교육을 경쟁력 있게 변모시키는 일이었다. 취임하자마자 칼을 빼들었다. 원칙은 하나. “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질에 달려 있다. 교사가 바뀌면 학생이 바뀐다.”
 곧바로 관내 학교 23개가 문을 닫았고, 27개 교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피비린내가 났다. 교장 30% 교체, 무능력한 본청 직원 100여명 해고. 교사에게도 메스가 가해졌다. 미셸은 “실력없고 나태한 교사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우수교사에게는 연봉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을 주는 `당근’ 계획을 병행했다. `경쟁’ 도입이다.
 교사가 변하니 학생도 바뀌었다. 꼴찌였던 워싱턴DC가 학업성취도에서 초등학생의 경우 수학 성적 11%포인트, 읽기능력 8%포인트가 올랐고, 중학생은 각각 9%포인트씩 향상됐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그녀를 `2008년 주목할 만한 인물’로 꼽았다. 미셸 리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두에게 행복한 개혁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금 `교원평가제’를 놓고 진통중이다. 지난 2004년 법을 만들어 놓고도 교원들의 반발로 창고에 묻혀두고 있는 것이다. 교원평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거나, 교사 간 무리한 경쟁으로 교육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핑계를 댔다. 교원들의 최대 집합체인 교총은 차치하고 `참교육’을 위해 교원평가를 찬성할만도 한 전교조가 극력 반대했다.
 사정이 달라졌다. 초중고 교사의 45%, 18만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이 최근 교원평가제를 수용한 것이다. 교원평가에 소극적이던 민주당도 지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80%가 평가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건 오직 전교조뿐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장, 교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이 교사의 학습지도와 교장, 교감의 학교 운영에 대해 평가하거나 만족도를 조사하는 제도다. 교사라고 `평가’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측면에서 오래전 도입됐어야 할 제도다. 그러나 교사들의“누가 감히”라는 오만함 때문에 늦어졌다. 이 때문에 경쟁의 사각지대에서 공교육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실력이 좌우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척도나 기준이 전혀 없어 교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세계의 교원평가 흐름에 비춰보면 한국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미국은 한국계 미셸 리의 불량, 저급 교사 퇴출에서 보듯 교원평가가 가혹한 나라다. 영국은 학교마다 평가위원단을 구성해 1-3년에 한 번씩 교사를 평가해 결과를 승진, 보수에 반영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도 교원면허갱신제도를 도입해 임용 후 10년마다 교사를 평가해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교조는 꿀 먹은 벙어리다. 한 차례 시국선언으로는 부족해 두 차례나 시국선언을 발표하고도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여론은 외면하고 있다. 그 전에는 교원평가제 공청회장에 난입해 공청회를 무산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사면초가다. 진보성향의 MBC마저 전교조의 교원평가 거부에 대해 “궁색한 논리이자 편협한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나섰던 창립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교원평가를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지난 주말 “내년 지방선거에 어떻게 참여하느냐”는 `정치적 담론’에 빠졌다.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교조의 `정치활동’에 대한 일반 학무보들의 가혹한 평가가 두려워서일지 모른다. 전교조의 난동으로 무산된 교원평가 청문회장에서 어느 여상 학무모가 전교조를 향해 외친 “평가해! 대학교수도 평가하잖아”라는 고함이 기억난다.
 교원평가를 더 이상 거역할 수 없다. 전교조가 반대한다지만 최대규모 교원단체인 교총이 찬성하고, 야당인 민주당까지 동의한 교원평가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교육에 미래는 없다. 더구나 추진 중인 교원평가는 평가 결과를 인사에 연계할 수 없는 반쪽짜리다. 정부는 무능한 교사를 교단에서 축출하는 제대로 된 교원평가제를 내년부터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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