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많던 10년 세월 다 녹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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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 많던 10년 세월 다 녹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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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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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신, 15일 6집`기프트’발매… 타이틀곡 `사랑한 후에’로 돌아와
 전소속사와 소송·뇌질환 등 힘겨운 시간 딛고 재도약`날갯짓’
 
  얘기를 시작하자 박효신(28·사진)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서울 강남의 한 녹음실. 2년 반 만에 만난 박효신은 15일 발매할 6집 `기프트(Gift)’의 `파트 1’ 음반을 녹음 중이었다.
 최근 그는 유명 작곡가 황세준이 대표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와 음반제작 계약을 맺었다. 살짝 맛보기로 들려준 타이틀곡 `사랑한 후에’는 가을 대표곡이 될 만큼멜로디 라인이 또렷하다. `워우워~’ 같은 바이브레이션이 특징인 `소몰이 창법’의 대표주자답지 않게 절제한 창법은 담백하다.
 2년여를 쉰 것은 전 소속사와의 법적분쟁 탓이었다. 지난해 초 전 소속사는 박효신에게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양측은 원만한 합의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박효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물음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송으로 마음고생을 해 노래가 싫었고 쉬고 싶었어요. 세상을 너무 몰라 제 손에서 시작된 일이니 제 책임이겠죠. 지난해 집에 있기도 힘들어 친구집, 거제도 등지로 떠돈 적도 있어요. 바닷가에 차를 세워두고 며칠씩 생각도 했죠. 지난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쉬다보니 노래하고 싶고 무대가 그리워지더군요.”
 그는 이 시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것은 자신은 `왜 아무 일도 없이 평탄하게 가수 생활을 하지 못했을까’였다고 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그는 데뷔 시절부터 지난 10년의 이야기, 어려웠던 가정환경 등 지금껏 꺼내놓지 않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속에는 과거 대중음악계의 어두운 면도 곳곳에 서려있었다.
 “TV에 나오는 사람이 외계인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중3 때부터 가수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출중한 보컬 덕에 고1 때 쉽게 한 음반기획사에 들어갔다. 계약없이 8~9개월을 연습생으로 1집을 준비했지만 회사가 경제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다 이 기획사의 대표가 다른 기획사를 소개해줬고, 역시 오디션에 한번에 붙었다. 그러나 이 인연은 충격적인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사장님은 처음과 달리 계속 얘기를 바꿨어요. `여자 스폰서를 소개해주겠다’는 등 장삿속이 보여 계약도 안한 상태였으니 나가겠다고 했죠. 어느 날 사장님이 종이한 장을 꺼내놓으며 5000만원을 갚고 나가라고 윽박질렀어요. 가끔 용돈 준 것, 식대, 제게 주려던 데모곡 등의 비용을 부풀려 계산한거죠.”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의 이혼 후 중학교 시절부터 우유와 신문 배달, 주유원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던 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돈이었다.
 “그때가 고2때였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가수를 안 하려고 마음 먹었죠. 한 작곡가 형의 설득으로 다시 꿈을 찾아 뛰어들었지만 1~3집을 내는 동안 음반, 공연 수익금도 제대로 못 받았어요. 제 음반 제작자가 여러명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펑펑 울기도 했죠. 제가 아는 세상과 현실의 괴리를 알게 된 거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자 그는 2003년 직접 음반기획사를 차렸다. 2004년 4집을 냈으나 홀로서기는 만만치 않았다. 자금난에 시달려 기획사 문을 닫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소송 중인 전 소속사와 계약했으나 또다시 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제가 계약을 못 마쳤으니, 받은 계약금 일부를 변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송 초기 뇌신경 질환을 앓아 약도 복용했지만 노래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해졌어요.전 소속사와 신뢰를 회복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어요. 마음 편히 노래만 하고 싶어요.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을 잊으니까요.”
 공백기를 통해 인생을 배운 만큼, 이번 음반에 대한 각오는 남다르다. 황세준, 김도훈, 조영수 등 유명 작곡가들이 힘을 실어줬고, 박효신의 자작곡도 음반에 수록된다.
 “그간 제 색깔이 `다크’하고 정적이었죠. 이제 어두운 마음을 버리고 싶은 탓인지, 사랑 노랫말도 예전같은 절절한 슬픔이 아니라, 회상하면 웃을 수 있는 여운이 담겼죠. 창법에서도 군더더기를 빼 담백한 솔 느낌이 날 겁니다. 슬로 템포 발라드도 비트가 강하고요.”
 그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거대한’ 공연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규모보다 메시지가 거대한 공연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10년이 수월해지도록 음악적으로도 성숙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에게 가수 생활 10년이란.
 “제 인생의 전부예요. 지난 10년을 뺀다면 제 인생은 송두리째 사라지니까요.”
 이 시간을 견뎌오는데 가장 큰 버팀목은 가족과 팬. 그는 어머니라는 말을 떼기 무섭게 눈시울이 붉어지며 결국 눈물을 뚝 떨어트렸다.
 “아버지, 새어머니와 살다가 어머니와는 고1때부터 함께 살았어요. 제가 마음고생을 시켜드려 죄송하죠.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주시는 어머니, 제게는 한없이 착한 형…. 또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응원해준 팬들이 없었다면 저는 마이크를 내려놓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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