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5명 중 국내선수는 2명 뿐 다국적 연합팀 구성
지난 28일 포항시를 연고로 창단한 아마복싱 구단 `포항 포세이돈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월드복싱시리즈(WSB)에 한국 팀으로 참가한 `인천 레드윙스’를 불과 10여일만에 `포항 포세이돈스’로 이름을 바꿔 이날 부랴부랴 창단 및 연고지 협약식을 가졌다.
박승호 시장과 국제복싱연맹(AIBA)회장이자 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인 대만의 우칭궈(吳慶國)회장, 사르도르(우즈베키스탄) 구단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에서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도 열었다.
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WSB의 탄생배경과 대회방식 등을 소상히 설명했다.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IOC 위원인 우 회장의 포항 방문은 날로 인기를 잃어가는 아마 복싱의 절박한 현주소를 반증했다.
복싱은 아마와 프로를 막론하고 UFC, K-1 등 이종격투기의 출현으로 인기가 시들시들하다. 유망한 선수들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이종격투기로 속속 이동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AIBA는 최고의 기량을 보유한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올림픽 및 국제대회 출전자격을 유지하면서 재정적인 안정성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WSB를 창설됐다.
하지만 왜 연고지가 인천에서 포항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시는 구단에 사무실과 대회장소를 제공하는 게 지원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포항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28일 홈 경기 뚜껑을 열고 보니 인천에서 포항으로 연고지를 순순히 내준 이유가 드러났다. 이날 포항실내체육관에는 군인과 학생, 선수 등 동원관중이 대부분이었다. 관중들은 경기보다는 남진, 최진희, 코리아나 등 초청가수들의 공연에 더 환호했다. 미모의 라운드걸이 색다른 볼거리를 안겨줬을 뿐이다. 뚜렷한 특징없이 5경기가 펼쳐지면서 관중들은 지루해했다. 복싱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부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 관중석이 썰렁해져갔다.
특히 경기방식도 관중들의 혼란을 부채질했다. 5명의 포세이돈스 선수들 가운데 국내 선수는 2명 뿐이고 3명이 우즈벡과 알제리 등 다국적 연합팀으로 구성돼 `우리 팀’이라는 연고의식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홍·청코너로 나뉘어지지 않았더라면 누가 포세이돈스 선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쇠락해가는 복싱을 살리기 위해 출범한 포세이돈스가 목적지에 이르기도 전에 좌초하지나 않을 지 걱정이다.
/최만수기자 man@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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