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도 어김없이 피서 전쟁이 시작됐다. 피서 전쟁은 목적지의 숙박 예약에서부터 시작한다. 때문에 피서지가 많은 경북 지역에 눈길이 쏠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포항, 경주, 영덕, 울진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이 인기 순위를 다투게 마련이다. 청송 주왕산, 영주 소백산은 말할 것도 없고 명산과 이름난 계곡이 많은 경북북부 산간지대 또한 피서객들이 눈여겨보는 지역이다. 산이건, 바다이건 경북지역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천혜(天惠)의 피서지로 가득 차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점(利點)을 활용할 수용태세가 갖춰져 있느냐다. 당국에서는 해마다 피서철 관광객 숫자를 집계하고, 피서 기간에 올릴 경제효과를 자랑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올여름의 피서관광객 숫자도 늘려 잡았다. 동해안의 유일한 소통로인 7번국도 경북구간이 22년 만에 확·포장된 데 따른 기대감 또한 한몫을 차지할 것 같다.
문제는 이 같은 기대감과 업적홍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여건이 갖춰져 있느냐다.이를 위한 걸림돌 1호는 `바가지 상혼’이다. 숙박료, 음식값이 그 대표로 꼽힌다. 올여름에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니 `고질(痼疾)’이랄 수밖에 없다. 평소엔 방 1 개의 숙박료가 5만~8만 원인 포항북부해수욕장 일대는 10만~30만 원까지 치솟았다. 생선회 1접시는 10만 ~20만 원이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이것은 일례일 뿐이다. 불만을 드러내면 “싫으면 딴 데 가서 알아봐”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피서객을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자세가 안돼있다.
당국은 `다시 찾고 싶은 피서지 만들기’를 부르짖고 있다. 바가지 상혼이 극성인 지역에선 걸맞지 않는 구호다. 모처럼 찾아왔다가 바가지 상혼의 피해자가 된 사람이 또 한번 와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는 성자다. 설문조사라도 해서 알아보고 내건 시책인지 궁금해진다. 하물며 `묵어가는 관광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숙박요금은 자율사항이어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잘못임을 알면서도 걸림돌을 놔둔 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다면 이보다 더한 모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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